체육 시간이었다. 삼 주 뒤, 수행평가를 치르겠다는 선생님의 공지가 있었다. 배구 종목으로 서브, 리시브, 스파이크 순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서브만 알려주었다. 떨어지는 공을 아래에서 쳐 올리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언더핸드 서브라는 이름까지 알려주었지만 기억하고 있을 친구들은 얼마 없을 것이다.
친구들은 한쪽에 모여 서로의 서브를 보여주었다. 체육 선생님은 자세를 알려준 후, 연습 시간이라 하고 체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창 너머로 우리를 간간히 바라볼 뿐이었다. 예체능 성적이 필요하지 않은 순으로 사라졌다. 구석진 곳에 앉아 있는 친구들도 있고, 실내체육관 트랙을 따라 걷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윤서, 하은이와 함께 공을 주고받았다. 지민은 체육관 바닥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공이 따라 가는 방향에 따라서 지민은 고개를 움직였다. 나, 윤서, 하은 순으로 진행되는 서브를 보다가 지민이가 고민이라며 입을 열었다.
지민의 고민은 며칠 째 같은 내용이었다. 개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장래희망을 쓰라는 종이를 받았다. 지민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했다.
“새삼스럽게.”
윤서가 배구공을 하은이에게 토스했다.
“새삼?”
“늘 있는 일인데, 왜 낯설게 생각 하냐는 것 같은데?”
하은은 이미 나에게 공을 토스한 뒤, 지민에게 말했다.
“장래희망을 쓰라는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내 말이.”
지민은 제자리에서 일어나 공중에 떠 있는 배구공을 낚아채 끌어안았다. 세 명의 시선이 모이자 배구공을 멀리 던졌다.
“새삼스러우니까 고민이 되는 거지.”
지민은 세 명을 끌고 옆에 있는 단상 위로 갔다. 단상에 우리를 나란히 앉혔다. 검지로 한 명씩 가리켰다.
“이시윤은 시간문화자가 될 거라고 했지. 박하은 너는 여행 작가, 김윤서는 CEO가 되고 싶다며.”
“그랬지.”
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나 혼자 남잖아!”
지민의 소리가 컸는지 체육관 안, 친구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체육실에 있었던 선생님도 나와서 팔짱을 끼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지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잇고자 했다. 수업 시간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퍼졌다. 체육 선생님은 들어갔고 친구들은 체육관을 나서서 교실로 향했다.
“그게 왜 혼자 남는 건데?”
하은이의 물음과 동시에 윤서는 단상에서 착지해서 내려왔다. 두 사람은 어두워진 지민을 뒤로 하고 교실로 향했다. 우리 넷은 하은과 윤서, 나와 지민으로 종종 나뉘어왔다. 그건 내 의지와 상관없을 때가 많았다. 지금처럼.
지민은 예상이라도 한 것 마냥 단상으로 뛰어올라 엉덩이를 붙였다.
“교실로 안 가?”
“아직 시간 남았잖아.”
지민은 몸을 눕혔다. 나는 체육관 한 가운데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너는 왜 시간문화자가 되고 싶어?”
지민의 답을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게 아니었다. 한교시의 수업 시간이 온전히 전해진다고 해도 모자를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한 마디로 정리하기에도 명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입만 달싹였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