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나 또한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by 초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보슬비가 소리 없이 감나무 잎을 구르는 밤! 흐느적흐느적 내리는 장맛비가 힘 빠지게 하네요. 답장이 늦어서 죄송스러움 함빡 얹어 이 글월 드리오.


SJ 씨!

그동안 무질서하고 무례했던 이 호야를 크고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기 바라오. 갓 발령받은 초임 교사로 준비 없이 갑작스레 맞이한 직장 생활이기에, 나 자신도 주체하질 못하고 좌충우돌(左衝右突), 몹시 혼란한 심혼(心魂)으로 방황하고 휘청거리오. 구차한 변명이 아니고, 실제 햇병아리 신규교사이기에 뭘 모르고 막 뛰어다닌다오, 별다른 성과도 없이.


턱 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SJ 씨가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주며, 꽉 잡아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 활기(活氣)를 갖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지난번 귀한 서신에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아, 눈물 핑! 이런 최고의 찬사를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보잘것없는 내가 당신에게 모태(母胎?)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니,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커다란 영광입니다. 나 또한 당신을 한없이 사랑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위해, 아름다운 청춘을 희생하는 당신 앞에서 나는 숙연해지고 맙니다.

당신이 재수(再修)하는 것, 지극히 보람 있는 일이 되도록, 열과 성의를 다합시다. 기필코 좋은 결실을 맺읍시다. 사실, SJ 씨가 우리의 장래를 위한 재수하겠다고 선언(宣言)했을 때, 나는 막 환호하며 좋아했습니다. 각자 자신을 위해 살기도 몹시 어려운데, 너와 나, 우리를 위해 재수를 한다는 건 감동 덩어리일 수밖에. 비록 힘겹고 고통스러운 공부일지라도, 우리들의 장래를 위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청춘을 바쳐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솔직히 욕심내어 고백하는데, 지금 당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당신과 나, 즉 우리를 위한 일이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지요.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무리 부지런히 공부한다고 해도 건강을 잃는다면 헛수고가 되고 맙니다.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면서 공부합시다.


더 많은 얘기, 나중에 만나서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그칩니다.

주 안에서 당신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도하면서.


1979.07.01. 0:00 두암골에서 浩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