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이럴 때는 왜 네가 더 보고 싶은 거야?

나는 너를 좋아한다

by 초들

헉. 이럴 때는 왜 네가 더 보고 싶은 거야?



사나운 물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이 물 때문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사방이 높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비가 오면 순식간에 빗물이 몰려들어 도로를 덮거든. 차오르는 물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즉시, 도로 통행이 통제된다. 그래서 오늘은 네가 있는 광주에 못간다. 주일예배도 못 드리고, 너도 보질 못해서 몹시 지루하고 답답한 하루였다. 헉. 이럴 때는 왜 네가 더 보고 싶은 거야?


SJ야!

암천(岩川)리에 살기에 이런 불편을 겪는 내가 짠하지 않니? 내 몫까지 주일예배 잘 드렸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날짜가 바뀌어 8월 27일(월) 아침이다. 물소리가 약해졌다. 매미 우는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하는 걸 보니 오늘 날씨는 아주 좋을 것 같다. 내 등 뒤에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마치 며칠 사이 계속 내린 빗님 내쫓으려는 듯이.

교무실(敎務室), 5일 전에 교무실을 정리했다. 그래서인지 깨끗해졌다. 청량감도 든다. 내 마음도 교무실처럼 개운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막힌 두메산골, 골 따라 절절히 흐르는 정기(正氣), 이른 아침 짹짹 지저귀는 참새 소리는 오늘따라 매우 정겹구나. 아마 너에게 편지를 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음이 바로 나의 마음이다. 어쩌면 항상 허허실실 웃으며 순수하게 사는 것이 나의 진면목(眞面目)이다. 언젠가 나를 둘러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나는 한없이 밝게 웃으며 살고 싶구나.


SJ야!

약간 고집스럽고 잔잔한 미소를 짓는 너에게 나는 무한한 친근감을 가져본다. 주변을 둘러보니 너무 엉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 열심히 살자. 주관(主觀)이 확고한 SJ, 한번 결심하면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SJ. 그래서 나는 너를 좋아한다. 무척 든든하거든.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열심히 공부해. 너를 항상 내 가슴속에 꽉 가둬두고 열렬히 응원할게.

항상 건강하길 주님께 기도드리며.


1979.08.27.(월) 5:7 pm. 浩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