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좋아

몹시 그립고, 애타게 보고 싶은 마음

by 초들

나는 네가 좋아



8시에 적는다. 뜰 안의 고요가 하아얀 서리를 몰고 오더니, 때이른 서늘한 날씨다. 멍멍멍 개 짖는 소리, 슥슥 삭삭 볼펜 움직이는 소리만이 유일한 벗이 되는 이 시간, 몹시 그립고, 애타게 보고 싶은 마음을 글에 담아본다.


承弟야!

앙증스럽게 써 보낸 네 글을 읽고 나는 막 웃었다. 사랑의 체취(體臭)가 가득 스며있는 것 같았거든. 나는 네가 좋아. 어쩜 위선(僞善)과 가식(假飾)의 탈을 쓴 사랑이라고 해도 너를 그리는 마음은 참기 어렵구나. 밤새 내린 이슬이 방울 되어 나뭇잎 위를 떼구루루 굴러 떨어지듯이 말이야. 아마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 감정인지도 모르지.


허나 承弟야!

이제 10일 후면 11월 6일 예비고사를 치르는 날이다. 고생 많겠다. 최선을 다했으니 너만의 수석 영예를 걸머지기 바란다. 공부해 온 네 정성이 고귀하지, 굳이 결과를 들먹일 필요가 있을까?


오늘의 우리나라는 몹시 어수선하고 불안하다. 대통령 각하 서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불황 등이 말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도 우리들의 상큼한 사랑은 쭉쭉 커가질 바래.

11.10.(토) 3:45 pm 지하도 입구 앞. 잊지 말고 눈 빠지게 기다려줘.

상면 시까지 ADIEU


1979.10.27.(토) 浩



추신: 모두들 잠을 잔다. 내일을 위해서.

하지만 푸르른 내일을 위해 책과 씨름하는 내 承弟를 생각하니, 그 고마움 말로다 형용할 수 없다. 고맙다. 철저히 자신을 채찍질하며 공부에 몰입하는 네가 그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