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확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나는 너를 사랑한다

by 초들

네가 확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9시 39분에 적는다. 편지를 읽고 너의 고결한 사랑에 감격하며 고마움을 한껏 느껴본다. 미미(微微)한 나에게 심원(深遠)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어. 나 역시 피차일반(彼此一般), 똑같은 심정임을 꼭 전(傳)하고 싶다.

산 중의 고요한 밤이 무심코 깊어간다. 엊저녁에는 부엉새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어. 나의 밤 친구였거든. 오늘은 벌써 잠자는지, 아니면 마실 갔는지 침묵이다. 다만 나의 코 숨소리가 사근대는 방(房). 어! 아니다. 지금 들린다. ‘부엉부엉, 웅웅’하고 부엉이 우는 소리가.


그래. 25일은 무사했니? 또 미안하구나. 밤새고 말았으니. 우리 만나기만 하면,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을까? 부모님께 죄송해. 대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용서를 빈다고 네가 대신 전해줘.

요즈음 나는 시간의 흐름을 뚜렷이 느낀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는 시간의 흐름이야. 특히, 오전 시간은 정말 빠르다. 1교시 수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4교시가 끝나는 것 같아. 다람쥐 쳇바퀴 도는 낮이지만, 그래도 밤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 네가 확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자꾸 문을 쳐다보는 이 시간이 좋다. 가볍게 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호젓한 산길을 걸어가는 나를 그려볼 수 있거든.

무등산 증심사에서의 오전길이 생각난다. 그날은 유난히 흐렸어. 온통 붓에 힘주고 화폭에 얼굴을 고정하며 유화물감을 칠하던 화가 지망생, 젊은이들이 문득 생각나.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었어. 또, 서울 가는 야간열차에서 약밥을 먹으며, ‘예수님 찬양’ 가스펠 송을 불렀던 기억도 소중했던 추억으로 떠오르네. 나만의 작은 소망과 희망이 그대의 것이 되기를. 그래서 항상 동지 의식을 갖고 살고 싶다. 후후후, 나는 ‘금년 겨울방학 때, 어떤 추억을 만들까?’골똘히 생각해 본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일찍 광주 가려고. 2시 20분경 도착할 테니 같이 밥 먹자. 5시부터 주일학교 성가대 연습이 있으니 서둘러야 해.


承弟야!

얼마 큼인지 몰라. 나는 너를 사랑한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되돌아가는 인간에게 하나님께서는 생기(生氣)를 불어넣어 주셨다. 감사한 것은 동물에게는 없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영원히 죽지 않는 생기를 주셨단다. 때문에, 우리 인간은 영혼의 행복을 위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한다.’

그럼 상면 시까지 건강하고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길.


1979.11.26.(월) 밤 10:05 浩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