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끔찍이 사랑만 하며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랑해야
너랑 나랑 끔찍이 사랑만 하며
고요한 밤이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들고 있다.
암천리(岩川里), 그래. 바위와의 우람한 대화(對話)와 시냇물의 침묵(沈默)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30촉 전구를 벗 삼아 볼펜을 짓누르고 있다. 라디오 속에서는 ‘내가 방랑자니, 떠돌이니’하며 두 가수가 노래한다.
오늘은 5학년 1, 2반 선생님들의 출장으로 교무실과 5학년 교실을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어, 내일은 4학년 선생님도 출장이네. 그러면 남은 사람은 교장 선생님, 3학년 선생님뿐이다. 이런 고소(苦笑)함이 이곳 암천리에 있다. 사실 진정 순수한 어린이들을 위해 선생님이 있어야 하는데, 출장을 가면 썰렁한 교실에서 몇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괴성을 지르며 웅변 연습하는 곳이 암천리다.
숨 막힐 듯한 외로움, 아니지. 정확히 표현한다면 외로움을 달래려고 사랑하는 임을 안고서 오순도순 얘기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오빠와 부모님의 반대는 서서히 머리를 조여 오고 있어 고약한 두통(頭痛)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承弟야!
너랑 나랑 끔찍이 사랑만 하며 살 수 없을까? 네가 괴롭고 외로워 내 가슴에 안기면, 나는 포근히 감싸주고. 내가 외로우면 너도 물론 마찬가지고 말이야. 노벨 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처럼 문둥병으로 죽어가는 나병 환자를 돌볼 수는 없을지언정, 내가 너 하나 돌보지 못할까?
꽁생원 계산으로 60,000원을 마련하느라 11월이 지났고, 12월, 1월이 다가오지만 박봉(薄俸)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사랑의 슬픔을 근엄하게 딛고 재기(再起)하는 빌리 (영화:The Champ) 아저씨처럼 우리의 미래를 키워나가자.
承弟야!
나는 작은 욕심만으로 살고 싶다. 몹시 각박한 세상. 세상에서 승리하려면 너랑 내가 하나님을 위해,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랑해야 할 거야. 위대한 인간의 참된 승리는 사랑의 예수님을 찾는 길이니, 부디 우리 주안에서 소중한 만남을 갖도록 하자.
承弟야!
12월 4일은 화요일이거든. 이날은 근무 중이라 시간을 낼 수 없으니, 12월 1일 광주 신역 앞 큰 시계 밑에서 정확히 저녁 7시 30분에 만나자. 그럼 그때까지 안녕.
1979.11.22.(목) 늦은 밤에 浩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