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하게 이직(移職)하고 싶어

속 깊이 이해해 주고 도와주렴

by 초들

용감하게 이직(移職)하고 싶어




오늘이 화요일, 이틀째 시험을 치렀겠구나. 고생 많겠다. 심심한 격려와 뜨거운 사랑을 보낼게.


참, 내가 보고 싶지 않니?


지난번 공용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후, 바로 네 모습을 보고 싶었어. 이리저리 고갤 돌리며 너를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지. 금방 헤어졌는데, 또 보고 싶었거든. 할 수 없이 너의 실루엣을 애써 지우려 했지만, 더더욱 또렷이 떠오르더라. 이런 게 사랑인가?


承弟야!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어. 며칠 전, 분교(分校)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장학 협의회를 가졌는데, 신덕분교 김O식 분교장님께서 나한테 다짜고짜 하루빨리 이직(移職)하라고 강권했어. 교직은 승진체계가 교사-교감-교장으로, 30, 40년 이상 근무하고 잘 되어 승진한다면, 교감, 교장을 한다네. 또 승진해도 단일호봉제라서 획기적으로 봉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라고 하더라.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김 선생님께서는 교직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나 경찰 공무원을 하는 게 더 전망이 좋다고 하시더라고.

결코 김O식 선생님 영향을 입어서 이직을 꿈꾸는 게 아니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교직 생활도 보람 있고 참 좋아. 하지만, 나의 마음 한편에는 늘 허전하고 뭔지 몰라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어. 원래 나의 꿈은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는데, 피치 못할 환경의 굴레로 인해 교직에 몸담게 되어 그런가 봐. 물론 너하고 충분히 상의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싶지만, 아직 젊기에 용감하게 이직하고 싶어.


承弟야!

너의 마음과 행동 여하에 따라 나는 많은 영향을 받을 거야. 속 깊이 이해해 주고 도와주렴. 금주 토요일 상광(上光)해서 자세한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줄인다. 시험 보느라 수고했지. 한턱 쏠 테니 맛있는 메뉴 골라둬.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길 바라며. Adieu.

1980.08.26.(화) 浩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