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가 내리고 있는 밤, 하늘이 온통 하얗다. 내일 아침에는 난롯불 속에 손을 슬쩍슬쩍 감춰야할 것 같아.
承弟야!
이 깊은 밤, 너는 벌써 자고 있겠지. 난 깊은 산속이라서 그런지, 잠은 커녕 정신만 초롱초롱해진다. 이 시간,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나는 너를, 그리고 너는 나를, 끊임없이 말이야. 22, 23살의 너와 나, 사랑의 힘일까?벌써 어른이 되었어. 아주 의연하잖아.
나는 무지(無知)하게 열심히 살려고 해. 남들 보란 듯이(그렇다고 꼭 봐서는 안 되지만) 부지런히 살 거야. 너는 더 열심히 살겠지. 너는 학과 공부와 내조? 나는 전직(轉職) 공부와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자.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노력하자. 이 세상보다는 저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일부분을 보낸다. 푸시킨이 병상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38세 나이로 생을 마감하면서 쓴 시라고 하니, 시인의 죽음은 더 비극적인 것 같다. 죽으면서 삶에 대한 영감을 마지막으로 써서 그런지, 몇 번을 음미해도 삶에 대한 통찰력이 가득 녹아있는 느낌이 든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이고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그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푸시킨은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게 되고, 누구나 미래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현재는 우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사에 좌절과 행복, 걱정과 기쁨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지만,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지나고 나면, 다 그리움이 되니 모두 가치와 의미가 있겠지. 네 곁에는 항상 내가 있어. 너를 위해 살 거야. 그러니 삶이 힘들지라도 나약해지지 말기 바라.
지금 시각이 1980.11.05.(수) 00:00이다. 내일을 위해 자자. 포근하게, 평안하게 우리 조용히 침잠(沈潛)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