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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an 22. 2024

영원토록 목숨 걸고 사랑하고픈

더욱더 강력하고 대담하게 사랑하러 듭니다

영원토록 목숨 걸고 사랑하고픈




이제는 숨은 이야기도 없어졌나, 밑천이 떨어져서 양면지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합니다. 알고 보니, 하나도 별것인 것도 없는 承弟의 존재임을 알았는지, 자신의 편협성과 단편성의 미움과 가볍게 생각됨이 나를 슬프게 만들고 맙니다.  

   

예쁘고 깜찍한 여자 글씨처럼 또박또박 눌러쓰는 당신의 편지는 동경과 함께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말았으니, 과연 손 솜씨라고는 계란 프라이(fry) 할 때부터 알았다 할 정도로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영원토록 목숨 걸고 사랑하고픈 浩兄 씨!

하루하루 당신을 알게 하고 당신이 원하는 承弟를 만드는 데 쉬지도 않는 浩兄 씨!    

 

이렇게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상을 기르는 것도 하나의 교육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어느 모로나 존경의 대상으로, 내 앞에 초연한 모습으로 그리고 냉정한 얼굴로 서 계신답니다. 온통 마음 찌르는 저 깊은 곳에 숨은 뜻을 깡그리 적어주신 하나하나의 문장, 아낌없이 헌신하는 가냘프고 고결한 마음, 온통 주님 말씀을 믿고 충성하는 진정한 크리스천(christian), 새롭게 놀랍도록 承弟의 곁에 와 있는 浩兄 씨를 더욱더 강력하고 대담하게 사랑하러 듭니다. 적어도 당신이 원했고 원하는 사람이 연약한 承弟가 될 수도 있다고 다짐했을 때, 조금도 두려워 마시고 많은 것을 알려주세요. 보이지 않게 주님이 모든 것을 갚아주실 줄 믿으니, 더욱 열심히 주를 위해 헌신하세요. 

    

이 세상 그 누구가 당신의 희생을 외면하고 모른척한다 해도, 약한 承弟만이라도 당신 곁에서 어떠한 고통이라도, 어떠한 희생일지라도 당신을 위해 내내 함께하고 싶어요.   

  

당신은 분명 철두철미한 교육자의 사명을 다하리라 믿어요. 그래서 온통 당신을 존경하는 거랍니다. 어떠한 외부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렷한 주관과 결백한 마음으로 이 땅 위에서 주님이 원하시는 모든 일을 날마다 이루리라 생각해요.  


   

浩兄 씨! 

그냥 좋아서 浩兄 씨에게 편지를 쓰지는 절대 않아요. 부모님, 그리고 동생들을 모시고 이끌어야 하는 중요하고 큰 임무를 지닌 浩兄 씨라는 것은 맨 처음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였으니까요. 눈이 멀었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하면서 굳이 당신을 사랑하려 든다면, 어른스럽게만 생각하고 생활하는 浩兄 씨에겐 큰 시간 낭비가 아니겠어요. 내가 보낸 편지에 언젠가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달라고 했을 거예요. 결국 나 자신을 아끼고 싶어 하는 깍쟁이 마음에서가 아니라, 이렇게 절실하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랍니다.  

   

날씨가 화창해지고 아지랑이 흐늘대는 샛노란 봄이 오면 마냥 뛰어다니고만 싶도록 기쁘기만 한 저는 인간의 정을 느끼는 중요한 과정에 서 있음을 알아요. 한없이 어리광을 피우고 싶어요. 우리 엄마에게 하는 것처럼. 3일에 한 번씩 호되게 때린다 해도…. 마음도 외모도 꾸밈없이 소탈한 浩兄 씨를 한없이 사랑해요. 그리스도의 향내가 풍겨오는 浩兄 씨에게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하나님을 많은 사람에게 가르쳐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어요. 서울에 오시지 않아도 괜찮으니 열심히 생활하세요. 요즘은 공백 기간이라서 약간 마음이 안정되지 않겠군요. 빨리 모든 게 해결되어야 할 텐데.   


   

浩兄 씨! 

많이 먹고 살 좀 찌세요. 옆에 사람 창피 주지 마시고. 그리고 배가 부르다고 거북스러운 뒷말은 없애버리고요. 후후. 아주 기억에 남는군요. '간장에 떠다니는 깨소금이 요즘에는 없네…'.  

   

주님을 닮아가고 당신을 닮아가는 承弟가 되고자 열심히 기도하면서 하루를 힘차게 살겠어요. 

많이 보고 싶군요. 

     

동생 두 분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안녕히!      


    

79년 2월 25일 일요일 오후에, 멀고도 가까운 承弟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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