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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n 20. 2024

잠시라도 너를 떠나 있다는 게 싫어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浩兄아!     


너를 불러보지만 가슴만 벅차고 할 말은 막히는구나. 무사히 도착했니? 너를 보내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허전한지 혼났지 뭐니? 19번 버스 속에서 달리는 너를 보면서, '왜 날 안 보고 신문만 볼까?' 했단다. 금방 ‘또 만날 텐데’ 하면서 참았지. 

    

내내 터미널 안에서 선생님의 훈계만 듣고 있으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자신을 알게 되었어. ‘대꾸해서 나의 마음이 시원한 들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생각에는 미치진 못하지’하고 생각했단다. 가만히 생각하면 너는 정말로 내가 섬겨야 할 사람인가 봐. 정말로 나에게 꼭 있어야 할 사람이란 말이야. 내가 네게 별로 맞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별수 없어. 내 올가미에서 놔주지 않으면 함께 있는 거니까. 그리고 너도 그렇게 내가 싫진 않지, 응?

     

잠시라도 너를 떠나 있다는 게 싫어. 내 안에 너는 존재하니까,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단다. 가끔은 나 자신이 처량함을 한탄하지만, 주 안에서 살아가는 내가 어찌 지속되겠니, 순간이지. 그리고 나 같은 못난이를 너를 보내 축복하는 것도 마음속에서 감사하지만, 그것만을 접착해서 산다면 난 아마 미쳐 보일지도 모른다.       

   


浩兄아!     


욕 얻어먹고 너에게 꾸중을 듣는다 해도 아프지 않아. 내가 너에게, 너의 주위 모든 것에게 못 해주는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지. 게으른 탓이겠지. 결코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약해서는 아닐 거야. 그렇지?

     

그리고 공부하는 것, 대환영이다. 실현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니? 열심히 새롭게 살아보자. 9월 중에 깊이 생각하고 10월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너의 결정에 따라서 하면 난 상관없어. 알았지? 애초에 내가 바라는 것이니까, 공부해서 다른 길로 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 너의 최대의 힘으로 내가 있어 줄 테니. 

    

오늘 1교시 끝마치고 정화 운동 결의하고, 은행 갔다 와서 학교에서 오르간 치다가, 탈무드 책 1,500원에 사서 읽고, 임동 가서 돈 갖고 왔다. 콩 반찬해서 두고, 계란 10개 사주고 내일모레쯤 김치 담아야겠어. 돈이 없으면 오지 말고 웬만하면 와라. 내일부터 피아노 칠 거야. 


미안하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를 위하여 살 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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