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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n 13. 2024

나 너한테 시집 안 갈래?

보고 싶단 말이야

보고 싶다. 浩兄아!

    

피곤한 하루다.

자전거 배우느라 온몸에 멍이 들었어. 빨리 와야 보여주지. 잘 탄단다. 내일 시험 봐야 하니까 오늘 죽어라 연습했지. 정말 몇 년 되는 것 같아. 사랑이 자전거를 타게 하는구나.

    

돈을 절대 쓰지 않기로 하고, 차비만 든다 생각하고 너 와주지 않겠니? 보고 싶단 말이야.          



浩兄아!   

   

너를 사랑하려고 난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니? 열심히 무엇인지 하려고 난 시간을 얼마나 아끼는지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야.

      

학교에 내는 돈도 있고 내 용돈 쓰는 중이라서, 너 올 때쯤 19,000원 밖에는 없겠어. 꾸중하지 마. 잉! 난 아껴 써도 이 정도이니까 말이야.

    

토요일 3:30까지 나갈게. 근데 명혜도 만나자 하고, 동생들도 만나자 하는데. 오랜만에 우리 둘이 만나는데 끼어드는 게 많아. 싫구나. 될 수 있는 대로 나 혼자 가도록 할게.


浩야! 만나서 많은 이야기 하자. 응.


       

浩兄아!     


처음 만날 때를 생각하면 너무 멋진 추억(追憶)이구나. 우린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서 좋겠지?


사랑한다. 토요일 날, 안 오면 너 알지? 나 너한테 시집 안 갈래? 협박치고 너무한다. 그지?      


내 몸에 전 재산 5,500원 있다.

레슨비 13,000원과 녹음기 수리비 2,000원 주고 시장 보고 하니까 없어져 버렸어.


         

浩兄아!      


미안하구나. 고통스러운 생활에다 덤(dum)으로 나까지 성가시고 고달프게 하니 말이야. 참는 거야. 1년만 더.


방학 때 서울에 가서 살다 오겠으니, 방학 때 떨어져 살 궁리하고 예쁘게 변할 내 모습도 상상해 봐라. 

나 머리 잘라 버렸다.(까까중처럼)


아, 졸려라~ 안녕, 샬롬. 예수님과     



198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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