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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넘은 엄마와 마흔이 된 막내딸의 동거

프롤로그

by 두움큼


우리 엄마 82살, 나는 40살!

내가 늦둥이로 태어나 우리의 나이는 마흔두 살 차이, 얼핏 봐도 할머니와 손녀로 보이는 사이다.


일 년 전, 병원에서 엄마 심장이 안 좋다며 언제 멈춰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라는 암담한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를 혼자 둘 수 없다! 이 생각 하나만,

다른 것들은 미련 없이 내려놓기로 하고 나는 제주에서 강원도 영월 산골짜기 내 고향으로 귀향했다.

그러니까 고향집을 떠난 지 무려 23년 만에.


사실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석사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 마지막 학기였고, 나름 번듯한 직장도 다니고 있었고,

섬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여러 커리어를 쌓을 기회도 노리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며 안락한 제주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 다시는

제주에서 가족의 부고 소식을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내려와야 하는 그런 일은 겪고 싶지 않았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팔순 넘은 엄마와 마흔 살 막내딸이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장애가 있는 우리 삼촌도 함께.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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