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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가 늦었습니다! 우리 집 마당냥이 두 마리요.

by 두움큼

작년 11월, 바람이 싸늘하게 변해가던 겨울 초입

엄마는 느닷없이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 오셨다. 나와는 그 어떤 상의도 없이.


나는 사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고양이를 가까이한 적도 없거니와 당연히 만져본 적도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어릴 적부터 강아지는 귀엽고 고양이는 무섭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 강아지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몇 년 뒤 또 한 마리의 강아지와도 이별한 후로는 더 이상 동물에게 마음을 줄 수가 없었다.

그 아이들이 남겨두고 간 털을 보관하며 어린 마음에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엄마가 어떻게 돼도 그렇게는 안 울겠다." 하실 정도로 수개월을 힘들어했었다.

돌이켜보니 그때 헤어짐의 상처와 상실이 너무 커서 자연스럽게 동물에게 마음을 안, 아니 못주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고양이가, 그것도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왔다!

두 달 정도 외면하다가 또 데면데면하다가 어느 날 보니 누런색 고양이 다리에 작은 상처가 보였다.

다친 건 그래도 치료해줘야지 싶어서 약을 발라주었다. 또 어느 날은 삼색이 고양이가 앞다리를 절길래 걱정해 주다가 그만... 고며들고 말았다.

어느 순간 두 마리의 고양이는 내 고양이가 되었다.

사십 년 인생 난생 첫 경험! 고양이를 만져보게 된 것이다.


누런 고양이는 치즈, 삼색 고양이는 까미로 이름을 지어주고 유튜브를 보며 고양이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사 온 사료는 버리고 휴먼그레이드 사료로 바꿔주고,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하우스와 보온이 잘되는 집을 만들어 주었다.

동물을 왜 집안에서 키우냐는, 것도 좁아터진 방에서 키우는 건 힘들 거라는 가족들의 반대로 안에서 키울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마당냥이로 살게 하자니 너무 마음이 아파 차라리 내가 자취라도 해서 안에서 키울까 고민까지 했었다.

타협점은 고양이 안팎출입을 자유롭게!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면 들어오게 해서 놀아도 주고 잠도 자게 했다. 그래도 마당냥이로 살게 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여러 날 밤 눈물을 훔치며 잠을 설쳤다.


치즈와 까미는 남매였다. 공부를 하다 보니 남매가 부부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당장 중성화 수술도 해주고 예방접종도 맞췄다. 책임감이라는 막중한 돌이 가슴을 쿵 눌렀지만 내가 이 연약한 아기들의 보호자가 되어 줘야겠다는 다짐이 들었고...

두 고양이에게 마음을 흠뻑 주게 되었다.

중성화 수술 후 회복기 동안 집안에서 돌봐주었는데 고양이는 드라이기 소리를 전쟁 난 것처럼 느낀다는 글을 보고 조금 유난스럽지만 머리 말리기를 포기할 정도로.

엄마가 "그렇게 고양이를 귀여워해서 회사에서는 보고 싶어서 어떻게 일하니?" 하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 집 치즈까미는요, 귀여워요! 존재 자체가 귀여워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다.

우리 집에 온 지 5개월 정도 지날 무렵, 내 짝사랑이 좀 통한 것 같다. 어딘가에서 놀다가도 내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부리나케 뛰어 와 준다. 퇴근하고 대문에 들어서면 나를 보고 두 마리가 달려와서 만져달라고 철퍼덕 누어 버린다.(물론, 집사야 밥 내놔! 일지라도)


지금은 벌써 8개월 차 치즈는 용맹하다. 사냥해 온 그... 것을 문 앞에 상납해 줘서 나를 기겁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리고 까미는 안에 들어오면 내 발밑에서 잔다. 그러다 내 얼굴 옆에서 잘 때도 있다. 아침에 눈 떠보니 내 옆에 고양이가 자고 있으면... 세상 행복하고 짜릿하다.

치즈까미는 엄마와 삼촌에게도 헤드번팅 하며 애교를 부린다. 삼촌이 지나가면 종아리에 머리를 비비고, 엄마가 마당텃밭에서 일을 하면 그 옆에서 뭐하는지 지켜보면서 동무를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그리고 애틋한 한 가족이 되었다!


우리 집으로 와줘서 고마워! 치즈까미

언제까지나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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