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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추석이지만 해외여행 좀 다녀올게!

by 두움큼

설, 추석명절에 해외에 가는 건 남들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서로 떨어져 살다 보니 그나마 오래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명절뿐이라 우리 가족에게 명절은 이때만은 꼭 만나 서로 그리움을 푸는 시간이었다.


더구나 자매들은 자주, 길게 통화라도 하지만

귀가 어두운 엄마와는 간단한 대화가 아닌 긴 통화는 어렵다 보니 얼굴을 보는 시간을 가능하면 가능한 대로 많이 확보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와 함께 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추석명절에 무려 해외여행을 다녀 올 생각을 다 하다니 말이다.


오랜만에 조우한 엄마와 넷째 딸은 애틋함이 절절해서 언니는 연신 엄마 얼굴을 쓰다듬고 뽀뽀하고 엄마의 옛이야기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엄마도 밤 한 톨이라도 챙겨가라며 새벽같이 동네를 돌며 밤을 주어 오시고 참기름, 들기름 다 가져가라 신다.

언니에게 운전을 배워서 자주 좀 오라는 말은 우리 엄마가 한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애정 깊은 진심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매일 헐레벌떡 우당탕탕 같이 사는 막내딸은 어느새 엄마에게 미움이 섞이게 되고 익숙함이 이내 무심함이 되었다.

늘 존재할 것만 같은 사이처럼 표현하는 것도 잊어버렸다.(이러려고 내가 제주에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닌데...)


엄마와 넷째 따님의 모습을 보니

물론 엄마와의 만남이 이벤트가 아닌 생활이 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엄마, 엄마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눈물짓던 막내딸이었는데 지금은 왁자지껄 막내딸이 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엄마와 잘 살고(엄마를 모신다는 표현은 양심상 사용하지 못하겠다마는) 있는지 의문이 든다.

엄마 마음은 어떨까? 내가 없어도 삼촌과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두 분이 살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막내딸은

언제나 들끓듯 사랑표현하며 살 수는 없더라도

여전히 엄마를 공경하고 애정함을,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것으로 표현해보려 한다.


일단 엄마! 가족들을 두고 여행 가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엄마랑 같이 사는 덕에 막내딸은 추석연휴지만 해외여행 좀 다녀올게!

넷째 따님과 행복하게 놀고 계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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