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로망이 있다면 나의 취향으로 꽉꽉 채운 집에서 자취를 하는 것이다.
심플 모던 깔끔한 인테리어에 내가 어지르지 않으면 어떤 것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나의 시각에 무엇도 거슬림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생활.
느좋(느낌 좋은) 집순이의 일상을 만끽하며 한 번은 혼자서 살아 보고 싶다.
제주도 언니 집에서 살 때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나이만 먹은 쫄보 겁쟁이 어른이는 그저 꿈만 꿨었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든지 자취할 수 있는 배포와 갈망 또한 크지만, 연로하신 엄마를 모시고 있으니 자취는 정말 꿈의 단어가 되었다.
다행히도 또 다른 로망이 있다면 결혼을 해서 '안방'이라는 곳을 차지하고 사는 것이다.
'안방'을 쓴다는 것은 그 집의 주인임을 뜻하기도 하고,
나에게 '작은 방'에서 '안방'으로의 이동은 성인에서 진정한 어른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 그거 내가 할 수 있는 건가 싶다.
마흔이 되니 누군가를 소개받는 것도 어렵지만, 소개를 받아도 만나볼 생각을 하기까지 여러 걱정이 앞선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을 전제로 해야 할 것만 같은 중압감
만나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어야 할 것 같아서 마음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마흔이 되도록 왜 혼자인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오해를 풀어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
경제력도, 사회적 지위도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것 같은 위축감
무엇보다 연애세포가 깨어나긴 할까?
이 나이에도 사랑이 찾아올까?
지금껏 연애, 사랑, 결혼은 등한시하고 오히려 고독을 좋아하고 쓸쓸함마저 즐기고 살았는데...
앞선 걱정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일단은 누군가를 만나 볼 용기가 이제서야 생겨났다.
여린 새싹이 돋아나듯 슬며시 내 안에 이제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난다.
문득문득 언제쯤 안방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만으로도
로망을 이룰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설레발을 쳐본다.
마흔에 결혼... 그거 할 수 있을지도! (설마 쉰 안에는 가능하겠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