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지 않는다

by 아말

"아직도 승무원 준비하는 애들이 많아?"

"언니, 우리 때보다 더 많은 거 같아. 승무고시라니까, 완전."

"대단하다."


강의하러 가는 길에 미국에 사는 동기 언니와 얘기를 나눴다. 대화는 짧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승무원 그거 3D 직종이잖아.', '키 크고 좀 예쁘장하면 다 하는 거 아니야?', '이미지만 맞으면 아무나 합격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승무원을 준비하는 수강생들이 언니는 놀라웠나 보다. 게다가 언니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윙만 달면(비행만 하면) 원하던 인생이 촤르르 펼쳐질 거란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키가 크고 예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승무원의 꿈을 갖게 된 케이스도 아니다. 그러니 일단 나는 부정하겠다. 그렇다면 필요한 스펙과 면접 준비만 확실하면, 말만 잘하면 원하던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것도 아니라고 하겠다.


요즘 항공사 면접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서류 합격 후에는 영상 면접, AI역량검사, 그리고 대면 면접에서는 상황판단, 상황대처, 토론, 롤플레잉 등(외항사 면접은 예전부터 비슷한 방식이었다.) 승무원으로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지원자 입장이라면 정말 막막하겠지만 회사와 면접관의 입장에서, 그리고 심지어 내 입장에서도 이렇게 전형이 변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비행 중이었다. 그날 한국인 승무원은 나와 다른 신입, 두 명이었다. 한국인은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편이라 갤리(비행기 내 주방) 배정을 많이 받는다. 갤리 일은 너무 많고 복잡해서 신입 승무원은 거의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사무장들은 나를 미드 갤리, 신입 승무원을 뒷 갤리로 배정했다. '내가 둘 다 하라는 거구나.' 어쨌든 한 창 식사 준비를 하려는데 뒤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한국인 승무원인걸 확인하고 한국어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카트에 밀 몇 개 들어가요?"


그녀는 '여보세요'나, 인사 없이 나에게 물었다.

안전 훈련도 철저히 받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항공사에서 서비스 교육은 정말 철저하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역질문을 해버렸다.


"트레이닝 때 배우지 않았어요?"

"네."

적어도 세어보거나 상기해 보길 바랐던 내가 이상해 보였다.

"40개요."

나는 답을 하고 끊었다.


승무원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마치면 수습 비행을 두 번 정도 한다. 앞으로 진짜 역할을 맡기 전에 모든 비행 과정을 학습하기 위함이다. 보통 이런 신입 승무원들에게는 이착륙 때 칵핏(조종실)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 내가 이렇게 경이로운 공간에서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실제로 아름답다. 하지만 이륙과 착륙은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아주 위험한 구간이다. 그런 구간에서 신입 승무원이 폰을 들고 떠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기장님의 제지가 있었고 그 승무원은 말했다.


"쉿, 저 지금 라이브 중이에요!"


승무원은 매일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동료와 승객의 안전, 그리고 편안함을 책임져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러한 자질을 함양하고 있는 지원자를 찾는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키 크고 예쁘장하기만 한 사람을 뽑지 않는다. 결국 아무나 되지 않는다.


만약 여러분이 승무원 면접에 쓸 답변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화려한 유니폼과 아름다운 미소, 멋진 비행 너머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승무원이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상이 원하는 승무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또한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승무원을 준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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