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과 이 공간이 오래오래 아름답기를
작년 이맘때쯤, 아직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던 그때.
아이들 학교에서 안내장이 왔다.
Back to School Night.
검색을 해 보니 대충 아이들 학교에 학부모가 가는 날인 듯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날'의 의미인 걸까.
미국이라고는 고작 출장이나 여행으로 한 두 번 와본
'촌티 팍팍 엄빠'는 그렇게 미국 학교를 구경하러 갔다.
백투스쿨나잇은 자기 아이가 듣는 수업에 학부모가 10분씩 참석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듣는 수업을 하루 저녁에 압축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실제 다니는 동선을 따라 해당 교실로 가서 선생님을 직접 만나본다.
10분의 짧은 시간은 선생님마다 다르게 구성되는데,
주로 선생님의 소개나 수업에 대한 대략적인 안내가 이루어진다.
가끔씩 아이가 누구인지 밝히고 선생님과 주변 학부모와 스몰토크도 하게 된다.
(짧은 시간이라 다들 바삐 움직여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
짧지만 아이들의 교실에 앉아보고, 아이들의 선생님을 만나보는 것은
책으로 만난 주인공이 영화나 드라마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백투더스쿨나잇 덕분에, 아이들이 정말로 영화 속에 나오는 미국학교에 다니고 있음이 현실이 된다.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언어의 장벽이 얼마나 낮아졌는지와 같은 정작 중요한 일은 여전히 알 수 없다.
변함없는 사실은 그저 '아이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별거 아니라고 폄하할 것도 없다.
완전하지 않으면 어떠랴, 깊이가 또 없으면 어떠랴.
이곳에서의 너희의 시간은 온전히 너희들의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구나.
오늘은 H의 고등학교에서의 백투스쿨나잇이었다.
작년에는 뭔지도 잘 모르고 우왕좌왕했었는데,
이제는 매우 차분하게-나 백투스쿨이 뭔지 알아요, 모드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작년의 어리버리한 시간을 떠올리며 H의 중학교에서의 백투스쿨나잇의 기억들 소환.
내 기억 속의 중고등학교는 별로 아름답지 못했던 것 같다.
건물도, 사람도, 그 안에서의 시간도 어린 나도.
J와 H에게는 지금 이 시간과 공간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