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의 미국학교 다닌 이야기
우리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잠수네' 영어 같은 엄마표 영어를 잘 한 것도 아니다.
이 곳에 오기 전에도 영어단어 외우기, 미국식 수업 따라가기 위한 영어학원을 잠시 다니기는 하였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아직도 아이들의 영어가 아주 훌륭하거나 아이들이 특출나게 무언가를 잘하는 것은 전혀 없다.
이 곳 미국인들과 섞여 지내지도 못하고 여기 정착하는 한국인들과도 따로 도는 느낌이다.
내 영어나 내 태도는 너무나도 소극적이기에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전혀 도와주지 못한다.
우리 아이들은 이 곳에서 그냥 학교만 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학교를 잘 다니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아이들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H는 온지 3주만에 ELD class에서 나와 regular class에 갔다. 처음에 영어가 너무 어려울 까봐 7학년으로 낮춰서 다닐까 했었던 엄마의 생각은 틀렸다. 8학년도 충분히 잘 해냈고 덕분에 졸업식도 했고, 남은 기간 미국의 고등학교도 경험하게 되었다. 이 곳 중학교에서는 정말 아이들의 체력을 높이는 강도 높은 체육을 하는데 덕분에 H는 이제는 1 mile을 6-7분이면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다. 전과목 A를 받았고, President's Education Awards도 받았다(2/3정도는 받는 것 같다^^). 집에서 보면 어리숙하고 허당기 가득한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런 걸 해내는 H가 정말 자랑스럽다. 영어나 미국역사 같은건 내가 감히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낯설고 어려운 내용인데, 노트필기하고 제때 시험보고 숙제해가고 점수도 잘 받는 거 보면 신기하다. 여기 와서 키도 10센치 쯤 크고, 살도 쏘옥 빠졌다.
J는 처음 미국에 왔을때 영어가 걱정이었다. Aeries를 열어보면 missing assignment 막 떠 있고, , 성적도 낮아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혼자 영어 단어책 한권을 외워버리더니 처음에 1-2 level에 불과하던 ELPAC(비영어권 아이들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수시로 치르는 영어시험) 점수가 모두 4 level로 올라섰다. 수학은 math 3 honor(12학년들이 주로 듣는 수업. 9학년은 혼자다)을 들었는데 missing assignment, participation이 엉망이어서 성적이 계속 C와 D사이를 오고 갔다. 마지막 시험도 2시간 짜리인데 혼자 20분만에 풀고 나와서 (누나형들이 박수를 쳐줬다고 한다) 대충 푼거 아닌가 했었는데, 줄줄이 치르는 마지막 시험들을 모두 다 맞았다. 수학만 B 그래도 나머지 과목은 A로 마감했다. J는 늘 내 마음을 졸이게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멋진 남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낯선 곳, 미국에 와서 힘들었을 것이다.
아직 여기에 완전히 적응한 것도 아니고, 알게 모르게 억울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정말이지 훌륭하게 잘 해냈다.
미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살면서 뭐가 이리 거창하냐 할지 모르겠다.
아무 특별할 것 없이, 그저 학교를 잘 다녀 준 것뿐인데.
그런데 난 그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