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함께 친다는 것은,
아름다운 샌디에이고에는 멋진 골프장이 많다.
한결같이 온화하고 따뜻한 날씨 덕에 일 년 내내 골프를 칠 수 있고,
가까이서 멀리서 바다를 끼고 골프를 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호사스러운 골프여행지가 또 있을까.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골프
4명을 모두 채우지 않고 골프를 치러 가면 현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게 된다. 사실 영어만 좀 유창했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 그중에서 최근에 crossing에서 만난 중국 할아버지 두 분과 loma santa fe에서 만난 할머니 두 분이 참 인상 깊다.
중국 할아버지 두 분은 맨 초보자들이 치는 그린티에서 나와 함께 치셨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편안하게 치시는데 힘은 없어도 정확하고 편안했다. 초보자인 우리 부부를 대함에 있어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간결했다. 사용하시는 영어도 매우 세련되었고, 칭찬도 과도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꼭. 무언가를 알려주실 때도 듣는 사람이 꼭 필요로 하는 부분만 편안하게 알려주셨다. 참 신기한 게 함께 한 18홀 내내 그 모든 행동에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크로싱에서 만나 골프를 함께 친다는 오래된 친구 사이. 그 두 분이 모두 이곳 미국에서 성공한 중국인들이라는 것은 그냥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분들의 태도와 말씀이 어찌나 멋지던지. 중국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어 주는 정말 멋진 할아버지들이셨다. 멋지게 늙어가는 것이란 저런 것이구나.
그리고 어제 Loma Santa Fe에서 만난 두 할머니.
사실 처음에는 내 또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다가 불쑥 나이를 물어본다. 미국 사람들은 나이를 묻는 게 드물다고 들었는데, 훅 물어보셔서 얼떨결에 대답하고 당신들은 몇 살이냐 물었더니 한분은 62세 한분은 68세라고 한다. 세상에.
두 분 다 정말 날씬하고 너무나도 건강한 백인여자분들이었다. 옷도 아주 예쁘게 입었다. 그날 내가 입고 간 옷이 어디 브랜드니, 평소에 어떤 화장품을 쓰냐. 패션과 미용에 엄청난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저렇게 아름답고 건강한 거구나. 한 분은 동부출신에 실리콘 밸리의 테크기업에서 은퇴하신 분이셨고 또 한분은 얼마 전에 노르웨이로 바이크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잘 사는 백인들의 은퇴 후의 삶이 참으로 여유롭고 건강해 보였다. 여자들끼리의 골프 수다가 참으로 즐거운 하루였다.
아이들과 함께 한 골프
가장 행복했던 골프는 역시나 아이들과 함께 한 골프다.
나 역시 초보라 아이들을 데리고 골프장에 가는 게 사실 버거웠다. 나도 초보, 아이들도 초보.
아이들은 별 관심 없고, 골프는 어렵고.
그래도 엉망으로 치는 골프에 서로 웃기도 하고, 점수 내기로 열도 내고, 아이들이랑 카트로 멋진 골프장을 달려보기도 하고.
해질 무렵을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 한 그 시간이 벌써 그립다.
자식들 조금만 더 같이 쳐주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는 골프
샌디에이고에서 처음으로 골프장을 편안하게 다니게 해 준 JK, 난생처음 골프장으로 안내 해준 Y, L와 L. 나와 처음으로 골프장에 나가서 꽤나 많은 골프를 함께 했던 KB, 그리고 B와 P. 그리고 요즘 나에게 새로이 골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E와, 또 앞으로 골프장에서 만나게 될 많은 친구들. 덕분에 골프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사람들.
골프를 치면, 그 사이사이 사람을 알게 된다.
골프를 치는 동안 나의 본성과 인성도 여지없이 드러날 것이다.
18홀을 쳐보면 의외로 그 사람의 본성을 꽤나 많이 느끼게 된다.
(센스 있는 사람인지, 스마트한 사람인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커서 기분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인지, 배려 깊은 사람인지 따뜻한 사람인지. 그저 느끼게 된다.)
그러니, 어찌 보면 골프를 같이 친다는 것은 꽤나 무서운 일이다.
골프는 좀 못 쳐도 된다.
자신의 골프에 매몰되는 사람 말고,
골프의 점수에 따라 희비가 오고 가는 그런 사람 말고
센스와 배려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그런 사람 말고.
함께 쳤을 때 마냥 기분 좋은,
그런 골퍼가 되고 싶다. ^^
(결론은 염불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많다는 뜻.
난 아름다운 샌디에이고의 골프장을 '여행'하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