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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Aug 21. 2023

비와 수영

비 오는 날의 수영을 좋아하시나요?

긴 여행에서 돌아와 게으르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빈둥거리는 한량의 시간 속에 이러저러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짧은 미국 생활에 여기저기 돌아다닌 덕분에,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보니, 스쳐지나간 LA의 거리가 눈에 들어오고

'Spin Out'을 보면서 Idaho의 겨울까지 괜히 익숙하다.

'Firefly Lane'을 보면서는 그리 오래 머물지도 않은 시애틀이 샌디에이고처럼 친근하다.


미국 사람들의 모습을 미국에 살면서 이렇게 미드로만 접하는 것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미국 사람들과 깊은 교류를 하기엔 너무 늙고 게으르고 귀찮다. 실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미국이니까 미드가 정말 사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 위로를 삼으며.


미드에 나오는 미국 사람들은 참으로 열정적이고 동적이고 극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일상, 대화, 그리고 그것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인생 전체가 

극대 극소가 난무하는 아주 다이나믹한 곡선인데,

(이게 드라마여서 그런 건지, 원래 미국인들이 이런 건지는 모르겠다)

이런 미드를 한참 보다 보니 그간 나의 삶이 너무나도 밋밋하고 시시해 보인다.


그렇다. 밋밋한 나의 인생.

밋밋한 인생이면 어떠냐,

밋밋한 인생에도 잔잔한 기쁨은 있다.


마침 샌디에이고에는 아주 오랜만에 허리케인 힐러리가 온다고 한다.

모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 한국의 여름이 생각난다.


넘실대는 물 위에 두둥실 누워

비가 내리는 그 느낌을 온전히 받아 본다.

하늘을 본다.


잔잔하고 아무 것도 없고 하늘은 흘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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