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jin Sep 06. 2023

[US-Sequoia] Lake Kaweah

함께 하는 여행이란 가고픈 곳을 다 가지 않아도 되는 것

이번 여행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긴긴 여행의 반작용으로 집 밖을 나가기를 꺼려하는 상태였고,

함께 하기로 한 친구 가족은 힘든 하루 일을 마친 뒤 올라오는 길에 타이어 펑크가 났고, 

(덕분에 집으로 다시 돌아가 그다음 날 일찍 다시 먼 길을 온 힘든 여행이었고)

세콰이어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멀고 넓었고, 

내가 구한 숙소는 세콰이어 국립공원을 온전히 느끼기에 너무 멀었다.


그리하여, 커다란 세콰이어 숲 속을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었던 나의 욕심은 1/100도 채워지지 못하였다.

사실, 그 아름다운 숲에서 오래오래 걷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홀로 가벼이 다니는 여행은 효율적이다. 온전히 나만을 들여다 보고, 내가 서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느낀다. 그러나 외롭다.


누군가와 함께 다니는 여행의 목적은 '어디를'이 아니라 '함께 있다'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여행의 목적은 '함께' 쪽에 더 치우쳐진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여행의 목적지는 그저 '함께'의 배경에 불과해야 한다. 개인의 여행의 기호는 잊어야 한다. 

이 사진은, 저 멋진 숲을 앞에 두고 (아이들의 짜증으로 트레일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가야 하는 여행홀릭이 나무를 부여잡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난 여행 홀릭이 틀림없다. 보고 또 봐도,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과 감탄, 호기심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왜 J와 H는 옐로스톤급의 경관이 아니면, 멋진 곳으로 취급도 안 하는가. 속으로만 항변할 뿐이다)


아래 호수는 Lake Kaweah라는 호수이다. 국립공원 밖에 있는 호수이다.

첫날에 게으름 덕분에 늦게 출발한 데다 LA에서 많이 막힌 덕분에, 세콰이어 국립공원에서 반나절은 보내고자 했던 나의 야심 찬 계획은 무너졌다. 세콰이어 국립공원 근처에도 못 가고 그 앞 카위아 호수라는 저곳에 잠시 멈춘 것이 다였다. 그런데, 국립공원도, 주립공원도 아닌 이름 없는? 호수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것인지..

카위아 호수는 크기도 크지만, 호수의 각 지점에서 매우 다른 풍광을 볼 수 있다. 저 호수를 무려 6번이나 스쳐 지나갔는데도 볼 때마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호숫가에서 놀던 아이들이 낚시를 한 물고기를 보여준다. 아이가 환한 얼굴로 잡은 물고기를 보여 주었으나, 죽은 물고기도 못만지는 소심함에 멀리서만 찰칵. 현지인들의 노는 법
유명하지도 않은 호수가 이렇게 멋지다니.  운전하는 동안에 보는 멋진 호수의 모습은 증거로 남길 수가 없네



가고 싶은 곳을 다 가지는 못했지만, 오래오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vasilia/Sequioa KOA- 햇빛에 빛나는 꽃들은 늘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때로 사진은 소박한 캠핑장 수영장을 어디 동남아 리조트처럼 보이게도.
엄빠는 일하고, 아이들은 휴대폰 삼매경-난 인터넷 안되는 국립공원이 좋더라. 밝은 달빛에 노출을 길게 두지 않아도 하얀 구름이 보이는 밤하늘



이전 24화 [US-Ventura]channel isla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