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잘 모르지, 비로소 제대로, Barker Dam
죠슈아 국립공원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작년 8월 말.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을 때
아직 우리가 살게 될 집으로 이사하기 전 오갈 곳이 없어서 붕 떠 있을 때.
그나마 멀지 않은 곳이어서 찾았던 팜스프링과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그때는 이 곳을 느끼기엔 숙소가 너무 멀었다. 팜스프링은 생각보다 먼 거리.
날씨는 딱 죽기 좋은 날이었고, 미국 국립공원에서 노는 법도 전혀 몰랐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다.
처음은 늘 신기하고 설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처음'이라는 프리미엄도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준비가 미흡하면 그저 그런 것이 되기도 한다.
타 죽을 것 같이 더워서 도저히 차 밖으로 나올 수가 없던, 그저 뜨겁기만 한 메마르고 거친 사막.
그런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본다.
이번에도 그리 길지 않은 머무름이었지만, 그래도 온전히 머무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Barker Dam-Phetroglyphs on Barker Dam Nature Trail
10월이어도 한낮의 사막은 그 존재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 바로 앞 Holiday Inn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4시가 넘어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무서운 사춘기 두 아들과 함께였으므로, 이곳저곳 트레일을 걷자고는 못하고 Scull Rock을 사진만 찍고 Hidden Valley Trail로 갔다. Hidden Valley Trail도 무척 아름답기는 하였으나 아이들은 두 곳의 트레일은 걷지 않을 것이 뻔한 노릇. 아무래도 Barker Dam 쪽이 경치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히 Hidden Valley를 포기한다. 트레일 하나 하는 것도 이렇게 사춘기 아이들 눈치를 본다. 그래도 따라와 준 게 어디냐며 '을 포지션'도 마냥 좋다.
해그림자가 길게 늘어서고, 바람이 시원하다.
'갑'인 두 아드님이 기분 좋게 걸어주니 '을'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Keys View
그리고 다시 찾은 키스뷰. 멀리 솔튼시와 팜스프링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곳.
Stargazing
그리고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 캠핑장 한 곳에서 오래 동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핸드폰으로 아직 별사진 찍기까지는 성공하지 못하여(삼각대도 없고.... 블라블라 핑계로),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안에서의 10월 달의 야영은 아주 로맨틱하다.
우리는 비록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다 그곳을 떠났지만 그곳에 하룻밤을 머물면서 밤새 쏟아지는 별을 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리라. (캠핑이 어려운 경우라면 우리처럼 그 앞 twentynine palms 앞의 호텔에 머물면서 이렇게 늦게까지 이곳에 머무는 것도 좋으리라.)
국립공원의 밤은 고요하고 따뜻하고도 시원했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하다니, 믿기어렵겠지만 따뜻함과 시원함은 분명 공존한다. 모든 일에.
-더운 여름 에어콘 바람 아래에서 거위털 이불 덥고 지내기, 에어콘 바람 맞으며 창문 열고 달리기 뭐 이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밤공기의 싱그러움과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안에 쌓여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나도 하잘것없게 느껴진다.
우린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