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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Sep 24. 2023

팔로마 주립 공원

Doane Pond, Lake Henshaw, 혼자 놀기의 진수

팔로마 마운틴에 가자고 몇 주째 노래를 불렀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주말'을 몇 번 지내고 나니, 오늘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운 기분이 든다.


다 같이 있으니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다들 큰 사람들이니 각자 하고 싶은 바도 존중해야지.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곳을 다 가기를 바라는 것도 어쩌면 나의 욕심인지도.


집에서 한 시간 이십 분 정도 걸리는 팔로마 마운틴. 이 정도는 혼자도 거뜬하다.

여러 길 중에서 오늘은 Lake Henshaw를 지나가는 길을 선택해 본다.

다 같이 가는 길에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꿈도 못 꿀텐데, 혼자 다니니 세상 내 맘대로다.


레이크 헨쇼(Lake Henshaw)

안자 보레고 가는 길에 지나치기만 했던 레이크 헨쇼를 드디어 제대로 봤다. 

호수를 따라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도로(S7)를 따라 간 덕분에, 헨쇼 호수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레이크 헨쇼를 지나 팔로마 마운틴으로 가는 길은 정말 차가 적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오토바이들만 아니면 정말 거의 혼자 도로를 쓰는 기분이었을 거다. 사막 느낌이 가득한 South California에 이렇게 울창한 산이 있다는 게 올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내려가는 길을 다른 길을 이용했는데, 오고 가는 길의 굴곡이 지리산, 설악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굽이굽이 고불고불.  저 멀리 아스라이 산들이 계속 보인다.

운전하느라 다 담지는 못하고, Vista Point에서. 저 멀리 산까지 다 보인다. 혼자 와서 약간 긴장했었는데,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팔로마 주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작년 이맘때 아이들과 이곳에 온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날은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 내려서 오고 가는 길도 위험했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주 쾌청하다.

이번엔 Doane Pond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주립공원 입구를 한참 지나서 Doane Valley Campground까지 산길을 차로 더 내려갔다. 날이 좋아서인지 캠핑장이 텐트들이 많다. 많은 사람이 주말 캠핑을 하러 오는 모양이다.


Doane Pond

도안 연못 주변으로 트레일이 있어서 걸어보았다. 가족, 연인 단위로 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서 용감하게 트레일을 시작했다. 한참을 걸으며, 여름과 가을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잎과 꽃을 담아 본다.

도안 연못 주변. 깜찍한 낚시가방과 낚시하는 연인?
괜스레 가을이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alomar Mountain의 들꽃

이 곳에서도 아름다운 들꽃을 마주치네.




Boucher Hill Lookout Tower

우연히 들어간 곳이다. 차로 한참을 들어가는데 바로 절벽옆으로 작은 도로가 one way로 이어져있다. 엄청 스릴 있다. 




마구마구 뻗어 있는 것 같은 들꽃에 햇살을 담으니 너무 예쁘다. 

꺾어둔 생화같이 단정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구마구 제멋대로인 듯 뻗어나간 들꽃이 마냥 자유롭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데 자유롭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은, 늘 나다.



돌아오는 길은 레이크 월포드(Lake Wohlford)와 레이크 호지스(Lake Hodges)를 잇는 샌디에이고 시골길이다. 난 15번 고속도로 말고, 이 시골길을 즐기는데 지나갈 때마다 늘 다른 따뜻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 재미도 있고 외롭지도 않지만, 이렇게 혼자 노는 것도 참 좋다.

그 어떤 마음의 충돌(conflict)도 없이, 오래오래 좋은 음악과 함께 마음이 평화롭다고 할까.

Lake Wohlford. 일부러 호수를 보러 샛길로 들어섰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는 이렇게 멋진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매직아워가 시작되는 순간
그리고 집에 다 와서 멀리 Del mar Beach가 보인다. 운전하느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오는 길 내내 해를 안고 왔다. 보랏빛 하늘이 참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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