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ane Pond, Lake Henshaw, 혼자 놀기의 진수
팔로마 마운틴에 가자고 몇 주째 노래를 불렀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주말'을 몇 번 지내고 나니, 오늘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운 기분이 든다.
다 같이 있으니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다들 큰 사람들이니 각자 하고 싶은 바도 존중해야지.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곳을 다 가기를 바라는 것도 어쩌면 나의 욕심인지도.
집에서 한 시간 이십 분 정도 걸리는 팔로마 마운틴. 이 정도는 혼자도 거뜬하다.
여러 길 중에서 오늘은 Lake Henshaw를 지나가는 길을 선택해 본다.
다 같이 가는 길에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꿈도 못 꿀텐데, 혼자 다니니 세상 내 맘대로다.
레이크 헨쇼(Lake Henshaw)
안자 보레고 가는 길에 지나치기만 했던 레이크 헨쇼를 드디어 제대로 봤다.
호수를 따라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도로(S7)를 따라 간 덕분에, 헨쇼 호수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레이크 헨쇼를 지나 팔로마 마운틴으로 가는 길은 정말 차가 적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오토바이들만 아니면 정말 거의 혼자 도로를 쓰는 기분이었을 거다. 사막 느낌이 가득한 South California에 이렇게 울창한 산이 있다는 게 올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내려가는 길을 다른 길을 이용했는데, 오고 가는 길의 굴곡이 지리산, 설악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굽이굽이 고불고불. 저 멀리 아스라이 산들이 계속 보인다.
팔로마 주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작년 이맘때 아이들과 이곳에 온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날은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 내려서 오고 가는 길도 위험했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주 쾌청하다.
이번엔 Doane Pond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주립공원 입구를 한참 지나서 Doane Valley Campground까지 산길을 차로 더 내려갔다. 날이 좋아서인지 캠핑장이 텐트들이 많다. 많은 사람이 주말 캠핑을 하러 오는 모양이다.
Doane Pond
도안 연못 주변으로 트레일이 있어서 걸어보았다. 가족, 연인 단위로 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서 용감하게 트레일을 시작했다. 한참을 걸으며, 여름과 가을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잎과 꽃을 담아 본다.
Palomar Mountain의 들꽃
Boucher Hill Lookout Tower
우연히 들어간 곳이다. 차로 한참을 들어가는데 바로 절벽옆으로 작은 도로가 one way로 이어져있다. 엄청 스릴 있다.
마구마구 뻗어 있는 것 같은 들꽃에 햇살을 담으니 너무 예쁘다.
꺾어둔 생화같이 단정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구마구 제멋대로인 듯 뻗어나간 들꽃이 마냥 자유롭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데 자유롭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은, 늘 나다.
돌아오는 길은 레이크 월포드(Lake Wohlford)와 레이크 호지스(Lake Hodges)를 잇는 샌디에이고 시골길이다. 난 15번 고속도로 말고, 이 시골길을 즐기는데 지나갈 때마다 늘 다른 따뜻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 재미도 있고 외롭지도 않지만, 이렇게 혼자 노는 것도 참 좋다.
그 어떤 마음의 충돌(conflict)도 없이, 오래오래 좋은 음악과 함께 마음이 평화롭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