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은 익숙지 않아
무려 만 3년 만에 필라테스 리포머 기구 수업을 듣고 왔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혼났다. 배에 힘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지, 허리도 아프고 호흡도 어려웠다. 다른 건 괜찮은데 왼쪽 무릎이 안 좋은 것도 여실히 느껴졌다.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적절한 수준에서 수업을 들었다. 열심히 했더니 땀도 많이 났다. 휴. 그래도 운동 끝나고 나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틀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하.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하게 된 건, 떨어진 근력도 다시 키우고 자세와 체형을 제대로 바로잡고 싶어서였다. 오랜만에 체험해 보니 힘들지만 시원하고 좋았다. 이번에 수업이 끝나고 상담하면서 왼쪽 무릎은 'Back knee'가 있고, 골반은 전방경사 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 'Back knee'는 원래의 무릎 위치에서 과하게 뒤로 간 상태를 말하고, '골반전방경사'란 원래의 골반 위치에서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를 말한다. 앉는 자세에서 엉덩이를 과하게 빼고 앉는 습관이 있다면, 골반전방경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무릎과 허리가 아픈 거였군. 등록까지 생각하고 간 센터라서 바로 주 2회 3개월을 끊고 왔다.
이번에 필라테스를 배우게 된다면 소규모로 배우고 싶었고, STOTT 방식이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에 부합하는 센터라서 선택하게 되었다. 가깝기도 하고 말이다. STOTT이란 캐나다에서 시작한 필라테스로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이 많은 편이다. 기구도 병원에서 재활 용도로 쓰기도 한다. 지도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필라테스 브랜드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내가 다니는 센터는 STOTT 필라테스 자격을 수료하신 강사님이 수업하시고, 기구도 정품을 사용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게 관리되고 체험 수업을 들어보니, 수업도 정말 잘하셨다. 1:1이나 4:1로 소규모로 수업해서 단순히 동작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호흡부터 자세까지 디테일하게 맞춰나가는 느낌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센터 내부도 밝고 깔끔한 분위기라 시간이 되면 낮에 와서 운동해도 좋을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은 캐딜락으로 진행하는데, 캐딜락이 제일 기대된다. 체어는 제일 하기 싫다. 리포머는 쏘쏘. 예전에 필라테스할 때 가장 좋아했던 기구가 '캐딜락'이었는데.
수업 끝나고 너덜너덜해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목요일 오후에는 충남대 병원에 봉사 활동도 하고 왔다. 충남대 재활 센터는 지역 장애인 분들을 위한 혈당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중에서 운동 치료 세션으로 갔다 왔다. 상지 및 하지로 팀을 나누어 진행하고, 교수님은 지도를 맡아주셨다.
나와 동기들은 하지 운동을 맡아 티칭 했는데, 운동 전후로 환자 분들의 혈당 수치가 확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양팔 절단 환자 분의 혈당 수치가 304에서 운동 후 150대로 내려간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참 뿌듯했다. 상지 쪽은 혈당 수치기를 옷 내부에 착용하고 계셔서 아쉽게도 확인을 못했다.
우리가 걱정한 것과 달리 즐겁게 운동을 따라 해주신 덕분인 것 같다. 운동이 혈당을 관리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치료이자 놀이라는 걸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게다가, 아직 실습을 나가기 전이라서 환자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반가웠다. 동기들이랑 같이 기획하고 준비하고 연습했던 과정도 새롭고 재밌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
다 끝나고 나서는 학교 근처로 돌아왔다. 교수님이랑 동기들이랑 얼큰한 칼국수와 막걸리로 나름의 뒤풀이 시간을 갖기 위해. 호호. 해물파전도 빼놓을 수 없지. 이번 주말에는 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하면서 푹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시험기간이니 이런 시간도 잠시 안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