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사랑하려고요
이번 주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어김없이 알바를 갔다가 오후에는 내리 공부를 하다 보면 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동기들과 저녁에 외식도 하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그 외에는 집에 와서 간단히 식사를 하면 무조건 자유 시간으로 보냈다. 일부러 뭘 하지 않으려고 했더니, 체력적으로 좀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15일에는 밤에 영등포에서 친구랑 만났다가 늦게 헤어졌다. 다음 날에는 안과에서 간단한 시술을 해야 해서 집에 와서 최대한 일찍 잠에 들었다. 아침 일찍 안과에 가는 길에 조금 긴장을 하긴 했는데, 검사도 시술도 금방 끝나서 다시 안심했다.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날 오후에는 비가 엄청 많이 왔었고 습기랑 추위 때문에 싫으면서도 우산 쓰고 걷다 보니 좋기도 했다. 보슬보슬 내리는 게 아니라 쏴아쏴아 내리는 비라서 그랬던 것도 같다.
탁 트인 스타벅스 매장에서 친구랑 만나서 공부도 하고, 비도 오니 저녁에는 텐동집에 가서 야키토리텐동과 맥주도 같이 마셨다. 크. 텐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야키토리텐동이라는 메뉴는 처음이라서 정말 맛있었던 것 같다. 일본에 혼자 여행 갔을 때 먹었던 야키토리도시락도 생각났는데, 그 벤또랑 다르게 매운 소스 없이 튀긴 형태의 꼬치텐동이라서 비주얼도 괜찮았다. 텐동집에 처음 입장할 때는 사람이 없었는데 30~40분 내로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서 작은 매장의 모든 테이블을 채웠다. 맛집이 맞나 보다. 잘 먹고 나서는 조금은 든든한 마음이지만 살짝 지친 체력으로 친구랑 역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멍 때리면서 걷다가 도착해서는 바로 씻고 놀았다. 오전에 레이저 시술하고 피곤해서 그랬는지 오후 9시 즈음에 나도 모르게 스스륵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나니 새벽이었다. 새벽에 잠에서 깼다가 토요일 하루 동안은 집에서 푹 쉬니 평화롭고 좋았던 것 같다. 엄마가 쉬는 날이셔서 낮에 같이 예능을 보며 깔깔거리는데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아무 일도 없는 물 흐르는 듯한 한 주가 되었다.
다시 대전에 내려왔다. 벌써 일요일 저녁이라니 7일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알바랑 수업과 공부 외에는 잘 먹고 다니고, 병원도 다녀오고 잘 쉬면서 한 주를 보냈다. 무언가 억지로 해내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보냈던 날들이라 평안하게 흘러갔다. 어쩌면 이렇게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해 보이는 시간들이 정말로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작년의 노력 덕분인 것 같다.
지금은 서른이니까 10년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렇기에 나도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알아갈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알아갈 게 많다고 느끼는 지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상태인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호기심을 채울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낸 덕분에 잘 회복할 수 있었고 내가 가진 반복되는 일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