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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one

적절한 긴장도

by 코코아

무사히 이번 주 필라테스가 끝났다. 캐딜락과 체어 수업을 하고 왔는데, 체감으로는 체어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고통스러워. 캐딜락은 다행히 적당하게 느껴져서 재밌게 하고 왔다. 필라테스 다음 날은 근육통이 있었지만, 힘이 생기는 거라 생각하니 견딜만했다. 필라테스하기 전후에 러닝을 뛰어 몸을 풀어서 더 괜찮았다.


선거일에는 영화도 보고 동기 Y와 카페에서 공부도 하고, 저녁으로는 동파육 덮밥도 먹고 돌아왔다. 시험 기간이라 틈틈이 시간 내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심지어는 커피를 마셨는데도 수업 듣는 중에 졸음이 쏟아져서 참느라 힘들었다. 내 마음과는 너무 다르군. 운동하고 내 몸이 회복 중인데, 머리도 엄청 쓰려다 보니 그랬나 보다. 이런 날은 아예 잠을 일찍 자는 게 나은 것 같다.


역시나 푹 자고 나니 괜찮아졌고, 지금은 3일 내내 시험 진도를 빼는 중이다. 뭐가 이렇게 어렵나 꿍얼대면서도 어쨌든 해본다. 하다 보니 괜찮기도 하고. 3일 내내 공부만 하진 않았고, 오전에는 잘 놀아주었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알람을 듣고 깨면 대부분은 뒹굴거리거나 TV를 보거나 씻거나 청소를 하게 된다. 그래야 쉼이 되고 기운이 나기도 하고 잠이 깨서 오후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잘 쉬고 나서 공부할 겸 카페에 갔다가 생각해 본 게 하나 있다.


학위를 다시 따는 일이란 게 어렵고 힘들기도 한데 이렇게 지속하는 이유는 순간순간의 행복과 성취나 뿌듯함 덕분인 건 알고 있었다. 아마도 계속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졸업이 코 앞에 다가와 있을 것 같다. 벌써 1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빠르긴 하다.


다만, 내가 궁금했던 건 어떻게 심리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만약 의대나 한의대였으면 공부가 내게는 버겁고 어렵기만 해서 때려치우고 나왔을 거고, 그렇다고 물리치료사가 되기 위한 공부가 마냥 쉽기만 했으면 지루해서 진작에 그만뒀을 것 같다. 마냥 쉽지도 너무 버겁지도 않은 난이도로 다가오는 치료사 공부가 내게는 딱인 듯하다. 당장은 어려워 보여도 하다 보면 괜찮아지고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부 외에 일도 놓을 수는 없었으므로. 허허.


근육에는 근긴장도(muscle tone)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환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치료사가 수동으로 환자의 팔을 늘릴 때 환자의 근육이 저항하고 있는 정도를 말한다. 근긴장도가 없으면 흐물흐물한 상태라 보면 되고, 근긴장이 심하면 경직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척수 손상 환자의 경우, 마비나 근력 약화뿐 아니라 근긴장도의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환자에게는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때, 운동의 난이도는 환자에게 맞게 설정해야만 그 효과가 잘 나타나게 된다. 너무 낮은 강도는 자극이 부족하고, 너무 높은 강도는 오히려 경직이나 피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긴장도 체크를 우선적으로 한 뒤, 환자의 현재 근육 상태의 기준을 잡고, 환자의 기능 수준보다 약간 높게 도달 가능한 수준의 강도로 난이도를 설정하게 된다.


그냥 일반적으로 운동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너무 어려우면 시도하기가 싫고, 쉬워도 굳이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지 않은가. 이번에 체어 수업은 하다가 동작이 어렵고 힘들어서 고통스러웠는데, 캐딜락 수업은 꽤 할 만했고 재밌었던 것도 다 그래서다. 아마 이번 캐딜락 수업이 내 근육 상태에 딱 맞는 동작과 강도였었나보다. 그러니 너무 욕심도 말고, 안 하는 것도 굳이 선택하지 말고 적당히 내 자리에서 잘 해내는 것 자체가 행복과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 남은 오늘도 잘 지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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