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계속 살아 말아
어쨌든 이번 세 번째 학기도 기말을 잘 치렀고 벌써 종강을 했다. 마지막 날 조금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잘 수습되고 다 끝나고 나오니 오후 6시 반쯤 되었다.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어서 그걸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 배는 고프지만 뭐를 할 힘이 없어서 괜찮아질 때까지 1시간 동안 멍 때리고 있었다. 시험을 위해 불태우고 난 뒤라 그런지 허무하기도 하고, 이제 쉴 수 있어서 또 좋기도 하고. 생각 정리가 되고 나서야 저녁도 맛있게 먹고 집도 치우고 다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나가기 싫군.
인천 집으로 가는 길. 기차 타고 올라가려니 너무 귀찮았지만, 가서 푹 쉬고 놀 생각에 꾸역꾸역 가본다. 새벽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랑 수다도 떨고, 넷플 드라마도 봤다. 그리고 늦잠까지 자니 내가 무척이나 게을러 보여 만족스러웠다. 토요일에 동생들은 바빴지만, 부모님이 쉬셔서 같이 하루를 보냈다. 오후에는 느긋이 걸어서 마트도 갔다 오고 돌아오면서 커피도 사 왔다. 저녁엔 시원한 콩국수로 마무리. 엄청나게 맛있었다. 오늘은 친구 K랑 오래간만에 만나 인천 중구에서 공연을 보고 놀다 올 예정이다. 호호.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힘쓰고 오면 이틀 정도는 활력 있게 살아지는 것 같아서 좋다. 비 와서 러닝을 병행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요새는 크루에 가지 않고 혼자 알아서 뛰는 중이다. 일단 3개월만 지속해 보기가 나름의 목표다.
이번 방학에는 뭘 할지 생각해 봤는데, 학교에서 적당히 일하고 운동하거나 언어 자격 갱신하는 것 외에는 아직 명확하게 정한 바가 없다. 1주일 정도는 쉬면서 정보도 찾고 하면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직장 다니면서 자취해도 힘들 수 있는데, 알바를 찾아다니며 혹은 연장해 가면서 자취를 하다 보니 요새는 꽤 벅차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그래서 이번 방학은 체력을 기르는 것만 잘해도 성공일 것 같다. 두 달도 금방 가겠지. 2학기는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다니고 싶다.
본가가 인천이고 2년 정도 후에는 본가 이사도 생각하고 있어서 졸업 후에는 당연히 수도권에서 일을 시작해야지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신경계 분야로 정해지니 가고 싶은 병원도 생겼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대로 대전에 있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있다.
왜인가 하면 수도권은 기회가 많은 곳임을 알고 있지만, 대전에도 알찬 일자리가 없진 않고 무엇보다 살기 좋다는 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이곳으로 오지 않았고 집 근처로 다녔다면 이러한 사실들을 몰랐을 텐데, 학교 덕에 대전에 와서 살다 보니 느껴지는 것들이 꽤나 좋아서 그런 듯하다. 물론 지금은 공부하는 중이고 알바로 연명 중이라 벅찰 때도 있지만 학생이라 그런 거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 좀 덜할 수도 있을 테니. 대전에서 종종 고요하고 평온해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4학년 올라갈 때 조금 더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