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제주

꽃길, 바닷길, 돌담길

by 코코아
올레길 종점 스탬프

제주 올레길 14코스 19.9km를 완주하고 왔다. 원래는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등산은 조금 부담이고 오래 걷기는 괜찮을 것 같아서 제주 올레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았다. 1인으로 올레길을 걸을 때, 제주도민 자원봉사자 선생님, 다른 올레길 참가자들과 같이 걷는 프로그램이 올레 아카자봉이다. 아마 혼자 14코스를 걸었으면 중도에 포기를 했을 것 같은데, 같이 걷고 점심을 같이 먹고 얘기하며 걷다 보니 약 20km가 되는 거리를 금세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레길을 걷는 당일에 열린 아카자봉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게 14코스였어서 선택했는데, 실제로도 인원도 적절했고 코스 구성도 좋았다. 메밀밭 길들에 바닷길도 있었고 돌담길까지 다 있어서 좋았다. 심지어는 점심에 같이 먹었던 흑돼지뼈순댓국과 막걸리도 너무 최고였다. 첫 끼라서 그랬나. 밥 먹으면서 다른 올레꾼 선생님들의 농담 따먹기를 듣고 있는 것도 웃기고 즐거웠다. 나는 올 가을 제주도로 이사한 친구 K의 집에서 2박 3일을 묵고 있었는데, 14코스 위치가 다른 코스들보다 비교적 가깝기도 했다.


제주 오기 전에 올레 패스포트를 샀다가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취소했었는데, 결국 14코스 완주하고서 패스포트를 사버리고 말았다. 완주를 꼭 기념하고 싶었달까. 조금 시간이 걸려도 나중에 제주 올 때마다 하나씩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샀는데, 잘한 건지는 미래에 알 수 있을 거다. 허허. 내 2만 원.


지브리 테마카페에서 따아 한 잔

차가 없는 뚜벅이지만 친구 K 덕분에 드라이브하면서 제주 풍경을 둘러보고, 바다도 가고 지브리 소품샵이랑 지브리 테마카페도 다녀왔다. 제주 와이너리도 들르고 먹고 싶었던 제주흑돼지도 많이 우걱우걱 하고 왔다. 날이 조금 흐려서 아쉽기는 했었어도 평일의 제주도는 한적하고 좋았다. 올레길 걸을 때 소낙비가 왔었지만, 그칠 무렵 무지개도 목격했었으니 오히려 비 와서 운이 좋았던 건가 싶기도 하다.


2박 3일간 오랜만에 K를 만나 얼굴도 보고 근황도 물으며 제주도의 삶을 힐끗 보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에는 공항에 가서 구경을 좀 하다 보니 곧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다시 김포로 휘리릭 날아가기.


이동이 길어 피곤하긴 했는데 그래도 가을날 제주는 기대 이상이라서 계절마다 한 번씩 다녀오든, 못해도 연에 1번은 다녀오든 갈 수 있으면 다시 가야겠단 생각이다. 제주에 가서 다른 올레길 코스들도 걸어보고 맛있다는 것들 잘 먹고 푹 자면서 쉬다 오는 여행을 종종 하고 싶어졌다. 올레 패스포트에 쓴 2만 원이 그때 가서야 좀 잘 샀다 싶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은 바람도 불고 춥다고 하니, 꽃이 필 봄에나 한 번 가야 하나.


소낙비 그친 뒤 무지개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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