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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Nov 07. 2024

어쩌다 이런 여자를 만났을까

순두부처럼 부드럽고 착한 여자로 알았었다. 세상은 거칠었고 포근함이 매일 그리웠던 남자는 여자가 따뜻하고 친절하기를 기대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시어머니는 세상의 고단함에 어린 자식을 받아주지 못했다.


가만있으면 친절한 금자 씨다. 하지만 입 열기 시작하면 자갈밭이다. 말이 우회 없는 직선이기에 더욱 그렇다.  학교 다닐 때 단체 미팅을 종종 하곤 했다. 조신히 앉아만 있으면 문제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앞에는 술잔과 추천 담배가 쌓여갔다. 술도 담배도 전혀 못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세상 순둥 거리다 아니다 싶으면 불같이 거친 말을 쏟아내고 눈알을 굴리며 물건을 내팽개친다. 논리보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원시적인 여자를 어쩌다 이 남자는 만났을까. 속았다 겉모습에.

나를 좀 더 열어 보여줬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년이라는 연애기간은 뭘 보여주기에 짧았다.


아이러니하게 남편은 거칠게 말하는 여자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저 일상인 말투가 남편에게는 이혼하고 싶을 만큼 싫었던 적이 많았다. 별거 아닌 말에 목숨 거는 남편이 이해 가지 않았고 그저 쪼잔해서 그렇다 생각했다.





여자는 참고 참고 또 참다 결국 앞, 뒤 보지 않고 말을 토해낸다. 죽을 것 같으면 오장육부에 있는 말들이 순서 없이 쏟아지곤 했었다. 하지만 터지기 전 일상의 생각과 감정, 마음들을 남편과 전혀 나누지 않았다.


모든 걸 누르고 있다 끓어올라 물이 넘칠 때 한 번에 터트렸다. 그래서 늘 상대는 어리둥절이다. 왜 저 여자가 미쳐서 날뛰는지 전혀 몰랐다.


"앞으로 네 엄마는 내가 해준 밥 먹을 일 없을 거야"

"이 크레파스 18색야, 미친 새끼"

"내가 너 죽을 때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봐 다 갚아줄 거야"

"너도 참 불쌍하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내가 당신 누나랑 같은 사람이야?"

"어머님이 전화올일이 뭐 있겠어. 돈이지 늘 돈 어휴 한심해"

.

.

등등의 말들


그동안 던졌던 화살 같은 말들이 남자에게는 무수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곁을 주거나 마음을 내보이는 여자도 아니었다. 결혼 생활 내내

지독히도 남편을 외롭게 했다.


여자는 천 번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남자는 천 번의 행동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남자는 감정적인 여자를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감정에 충실한 여자는 언제나 논리적인 남자가 정 떨어졌다.





상대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건드리고 싶었다.

가장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말이다. 돈이 목숨과도 같은 남자. 그토록 소중한 돈. 카드값으로 매달 감당하기 힘들 만큼 써주리라 생각했다.


대출이자도 벅찼던 그때 내가 버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카드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사치품 따위를 사진 않았다. 하지만 가격비교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샀다. 세 식구 생활비라고 하기에는 많은 돈들이 나갔다. 1년 이 가고 2년 이 가고 3년 이 가도 남자는 여자에게 힘들다 말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돈을 말하면 여자가 창문 너머 갈거라 생각했다는 것을 말이다.


첫째가 어렸을 때 어머님께 아이를 맡기고 처음으로 단둘이 스키장을 갔었다. 그때 로프에서 내려오다 일이 꼬여 둘 다 위험한 상황이 생겼고 둘 다 죽으면 애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의 찰나에 남편이 힘껏 나를 밀어 먼저 빠져나오게 했다.


 미끄러져 나오면서 뒤에 있는 남편의 안위가 걱정됐고 저 남자가 그래도 진짜 사랑을 하는구나 느끼면서 밑도 끝도 없이 쓰는 카드값은 막을 내렸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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