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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Oct 31. 2024

어쩌다 이런 남자를 만났을까

사람은 저마다 결핍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핍이 깊어 병이 되거나 성격적 결함이 생기기도 한다.  자기 성찰을 끊임없이 해온 사람은 스스로의 결핍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으들이며 조절하며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미 병이 되어 버린 사람은 스스로 그 벽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렸을 적 아빠를 보며 저런 남자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 생각했었다. 준수한 외모에 남들에게는 한 없이 호탕한 사내. 하지만 집안 살림살이가 그 정도 아닌데 돈을 써야 할 때는 단위가 남들보다 2-3배는 컸다. 그 덕에 엄마는 늘 마음과 몸이 고생이었다.


아빠는 어딜 가나 여자들이 집적거렸다. 어린 내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치,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 해. 없는 집 장손에 성격은 불 같아서  엄마 고생만 시키는데 절대 저런 남자 만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남편은 서울 토박이라 그런지 말결이 맥심마일드커피였다.  청바지 하나를 사도 꼼꼼히 비교했다. 그리고 아빠의 수려한 외모덕에 맘고생한 엄마를 지켜봐온 덕분에 외모 따위는 전혀 보지 않았다. 성격만 좋으면 된다 생각했다. 결국 외모도 성격도 뭐 하나 건진 거 없는 결혼을 했지만 말이다.





공식적인 데이트 첫날 나에게 했던 첫마디는 "돈이 있으면 사랑이 들어오고 돈이 없으면 창문으로 사랑이 나간다" 말을 믿는다고 했다. 첫 데이트에 너무 무거운 주제라 당황했고, 철이 없었던 건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도 힘들었다.  돈 없어도 여직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고 계신 부모님을 보며 물질만능주의자의 주절이라고 치부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온 건지.

죽도록 가난을 겪어봤던 사람은 돈 때문에 사람이 죽고, 살고, 떠나고 오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돈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한 여자와 돈이 곧 목숨인 남자가 만났다.  결혼 생활 내내 마음을 먼저 읽지 못하는 남자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놈이라 생각했다.

오로지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던 아이는 무조건 자기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버렸다. 교만하기 짝이 없다 생각했다.


돈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몇만 원 더 쓰면 훨씬 편하게 갈 일을 절대 그렇게 살지 않았다.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관점은 비슷했지만,  쓰는 방법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자기 생각 보다 통 큰 여자를 만난 남자는 여자가 철없다 생각했고 나보다 더 스케일 작은 남자를 만난 여자는 쪼잔하다 생각했다.


돈을 가치없이 써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거만큼 헛짓거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 마음을 돌봐줄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남편은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할 것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아이들 어렸을 때 생일 선물로 실용적인 학용품을 사주곤 했다. 웃픈 선물이다.

받는 아이들도 이건 아니지 않냐 말해도 소용없었다. 덕분에 엄마는 선물을 늘 따로 준비해야 했다.





돈이 없다는 것은 그에게는 곧 죽음이었으리라. 풍족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돈으로 불편함을 겪어본 적 없는 여자는 이런 남편을 이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저 한 없이 숨 막히고 답답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착하고 순하기만 할 줄 알았던 여자가 입 바른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더욱더 자기 속내를 꺼내지 못했다.  분명 나의 50만원과 그의 50만원은 다른 돈이었다.


말이 통하길 원하지도 않았고 소통이라는 것을 하기 싫었다.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달랐다.  서로 네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했고 입을 닫아버렸다. 집안에 어떤 일도 너에게는 말할 가치가 없다 생각했다. 덕분에 애들 독박육아 워킹맘은 갈수록 숨이 차올라 질식하기 직전이 되었다.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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