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매일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속에 드는 생각들 그 과정을 말하지 않으면상대는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결론만 듣는다. 그렇게 꺼내진 말들이 옥과 구슬같이 반짝이고 귀한 것들이면 그저 해피할 것이다.
하지만 내보인 것들이 아픈 말들이라면 반드시 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마음의 여정을상대와 공유해야 된다 생각한다. 그것이 싫든 좋든 말이다. 그래야 날카롭게 뱉어냈던 그것들에 후회가 남지 않거나 덜할 수 있음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알았다. 물론 쉽지 않지만 말이다.
후회란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것이라 여긴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덜하고 미련도 남지 않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는 항상 그때 그렇게 안 했더라면, 좀 더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남긴다.
이렇게 까지 최선을 다하고 사는데 여전히 남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만 다녔다. 가정을 돌보기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나도 회사는 다녔다. 덕분에 새벽부터 자정까지 쉴틈이 없었다.
여기서 뭘더 잘할 수는 없다. 쌓이고 쌓였던 시커먼 감정들은 커다란 공이 되었고 더 이상 이 사람과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크게 싸워본 적도 몇 번 없었다. 더욱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흙탕물처럼 올라오는 그런 감정들을 분명 남편에게 말했어야 했었다.듣고 안 듣고는 그다음 문제이다.
햇살이 좋은 어느 가을날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날은 휴무를 내고 아이들의 마지막 등교를 시켜줘야겠다 생각했다. 첫째 등교를 시키고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뒷모습을 바라보며 끝없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둘째 어린이집을 들여보내기 전 작고 아담한 머리를 한없이 쓰다듬으며 정말 미안하다고 되뇌며 그렇게 들여보냈다.
애들 분유한번 목욕 한번 시켜보지 않은 사람이다. 자기 입에 들어가는 밥은 알아도 애들이 뭘 먹는지는 모른다. 이런 사람에게 애들을 맡기고 가자니 불안한 마음을 누르기에 정말 많은 힘이 필요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애들 잘 키우라 통보를 날리고 모든 짐을 싣고 떠났다. 그리고 애를 낳고 근 9년 만에 낮잠이란 걸 잤다. 남편이 항상 자는 그 낮잠을 말이다.
많이 싸우지도 않았지만 그 몇 번이라도 싸울 때면 늘 시건방진 말을 했다. 애들은 본인이 키우겠노라고 말이다. 아이를 키우겠다는 말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말인지 눈으로만 봤던 너는 모르겠지. 시어머니께 맡기면 된다는 그 시커먼 속내를 알기에 어디 한번 잘 키워보라고 생각했다.
긴병에 효자 없듯 며느리 없이 오로지 육아를 떠맡게 된 시어머니가 과연 얼마를 하 실 수 있을지. 늘 당신 입맛에 맞는 반찬만 상위에 가득하고 애가 밥을 안 먹는다며 퇴근한 며느리에게 투덜대며 밥먹이라는 분이셨다.
그 둘 다 내 눈에는 그저 자신의 안위와 편안함이 세상 무엇보다 더 중요한 한심한 인간유형으로 보였다. 그것이 자식이라도 말이다.
그렇게 보고 배운 게 없으니 네가 그따위밖에 안되지라고 오랜 시간 마음으로 무시하고 경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