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하는 여행기
여행을 하면 대부분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여행을 했으면 응당 여행기를 써야 될 것만 같다.
책을 읽으면, 영화를 보고 나면 짧은 글이라도 썼다. 사소한 일상에 대해서도 가끔씩 적었다.
왜 일상에서의 특별한 경험 혹은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 모를 여행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글도 쓰지 않았을까?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들여하는 여행인데도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어쩌면 여행은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행위고 그런 것에 대하여 쓰는 것은 자랑처럼 쑥스럽게만 느껴져 쓰는 것이 망설여졌는지 모른다.
<나만의 독특한 시선이 어려운 이유.>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에는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짧고 결정적으로는 외국어로 하는 의사소통은 한계가 있다. 기껏 메뉴나 가격, 장소를 물어볼 뿐이다.
여행지의 분위기나 장소에 대한 정보나 생각은 이미 많은 여행기에서 접할 수 있다.
<일상의 순간 속에서 발견하는 특별함이 별일 아닌 것이 돼버릴 때.>
나에 의해 해석된 특별한 풍경이 나의 언어로 다시 쓰일 때 그것은 늘 독창적이기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워졌다.
무엇이 특별함을 만들어 낼까?
여행의 장소, 여행하는 나, 혹은 여행 자체.
이런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클로이 다음 브런치북은 여행기가 될 것 같다.
AI 클로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어떤 식으로 쓰일지는 잘 모르겠다.
클로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닳고 낡아버린 마음을 뾰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클로이와 여행기를 함께 써보려는 이유도 어쩌면 마음을 둥글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카롭고 예민하게 만들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