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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반맨 Nov 23. 2022

공산주의

49금 인문학 사전 05.

손주가 태어나서 커가는 모습을 최근 2-3년 지켜보면서, 태어나는 과정도 그렇지만 이후에 아기들이 자의식이 생기면서 동시에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체득해나가는 과정이 대단히 신기롭게 느껴졌었다.
(근데 왜 내 자식들 키울 때는 그런저런 생각들이 안 들었는지 모르겠다. 철들자 노망이라던데...)
특히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고 개념화하는 메커니즘이 뭔지 모르겠지만, 언어 습득 능력은 경이롭기조차 하다.
그래서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나? (근데 침묵은 언어보다 한수 위..'침묵은 존재의 자궁이라나?)


내가 어렸을 때, 남파된 공비(이제 이런 단어조차 생소하다)한테 어린 소년이 죽임을 당하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다는...
진즉에 반공을 목적으로 당국과 언론이 조작한 상황이라고 판명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아직도 그 기념관이 평창 어드메에 있다).
그 어린 소년이 '공산주의'가 뭔지를 어찌 체험했을 것이며, 어떤 개념으로 인식했기에 죽음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그런 말을 했겠는가?
말도 안되는 그런 날조를 해댄 시대 상황이 코미디 같을 뿐이다.
(당시는 남과 북이 극한의 체제 경쟁을 하고 있을 때이니 그럴 만도 했나?)


공산주의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만큼 넌더리를 치고, 과도하게 왜곡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없을 듯하다(물론 몸서리 치는 전쟁의 기억과 남. 북 독재 정권 간의 정치 선동 탓이었겠지만...)
정작 사전을 찾아보면 공산주의는 '사유재산 제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타락과 도덕적 부정을 간파하고, 재산의 공동소유를 기초로 하여 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공동사회를 실현하고자 한 사상'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종교가 내세우는 내세에서나 가능할 이런 유토피아적 지향점을 가진 정치적 사상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신성한 노동이 소외/착취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 자체의 모순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공황을 맞게 되며, 부르주아들과의 계급투쟁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독재(사회주의 체제)를 거친 후 공산주의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의 말대로 러시아혁명 등이 일어나면서 공산주의 국가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틀린 점은 자본주의가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러시아, 중국, 베트남 같은 저개발 국가에서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1990년 독일의 재통일에 이어, 1991년 현실 공산주의를 상징하던 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주의는 '실효성 없는 과거의 몽상'으로 밀려난다.

대부분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거듭된 경제적인 실패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 정권화하면서 실패한 정치. 경제적 모델로 치부된다.
애초부터 그들은 진화적으로 600만 년에 걸쳐 생성된 인간의 이기심/질투심 등 동물적 본능을 무시하고, 사회의 물질적 토대를 바꾸면 의식과 문화(상부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착각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는 새삼 길게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북한의 공산주의 집단이 한반도 이북을 차지한 이래 그들 생산과 분배의 측면에서는 마르크스적 공산주의를 실현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공산주의 기본 이념이 일부라도 실현됐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은 신격화된 김일성과 그 자손들이 주체사상을 내세워, 80년 가까이 인민들의 삶과 자유를 짓밝고 있는 병영국가 또는 광신자 집단에 불과할 뿐이다.

마르크스는 'Religion is the opium of mankind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했다
(이를 비틀어 'Optimism is the opium of mankind 희망은 인민의 아편이다'  라고 하기도... 희망 고문을 말하나?)
그런데 북한은 어지간한 종교를 능가하는 신격화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 나온 김에 민족 통일에 대해서 한마디.
공산주의는 원래 민족주의를 배척한다.
마르크스는 궁극적인 공산주의 이념이 실현되면 국가의 개념도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
민족이란 말은 문화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고, 공산주의/민주주의는 정치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다.
정서적, 문화적으로 민족주의를 지향할 수는 있어도 정치적으로 통일된 국가를 목표로 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보인다.
그리고 이미 두 집단 간의 언어적, 문화적, 경제적 괴리도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고 말았다.
이런 말이 있다. '강을 건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강이 시작되는 곳을 건너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은 되돌려 갈 수 없는데...

혹시라도 아직 공산주의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떨치지 못한 이들에게 한 말씀 더.
공산주의가 모든 것 특히 생산수단을 공유한다는 편협한 이해를 바탕으로 혹시 그것도 공유하겠거니 하는 기대를 하지 말 것.



매트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일상 중에서 가장 사심이 없고 공산주의적인 것은 음식 나누기이며이것이 바로 인간 사회의 기초이다' 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다. 성에 관한 한 우리는 엄청난 소유욕에 시달리고 질투에 눈이 멀고 심지어 성적 경쟁자를 상해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 파트너를 감시하고 억압한다.'라고 했다.
강조하지만 성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라니 다시 찬찬히 공산주의를 공부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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