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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반맨 Feb 28. 2023

노동

49금 인문학 사전 14.

논리학 교수님이 조교들에게 질문을 했다.
"섹스는 노동인가 쾌락인가? 논리적 의견을 제시하라."
한 조교가 답했다. "섹스는 분명 쾌락입니다.
왜냐면 교수님이 몸소 기꺼이 즐기시며, 저희에게 대신 시키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답변이다.
아시다시피 섹스를 노동으로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현실적으로 노동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거의 예외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대체적으로 타율로 강제되며, 재미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며, 굶어죽지 않으려 마지못해 하는 경제적 활동...
머리에 뿔난 괴물 이미지의 북한 노동당 때문일까? 
아니면 아담과 이브 때문일까?(일설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의 원죄를 벌하시느라 평생 노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게 하셨다고.. 하느님도 정말 너무 하십니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노동은 '사람이 생존·생활을 위하여 특정한 대상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사회 용어' 이렇게 나온다.
어느 한구석에도 타율이니 재미없느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개념적으로 노동은 원래 신성한 것이라 했다.


호모 라보란스란 말도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일'을 하느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뜻으로 만들어진 거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다.
또한 장자께서도
'夫大塊載我以形(부대괴재아이형) 勞我以生(노아이생) 佚我以老(일아이노) 息我以死(식아이사)'
'대자연은 육체를 주어 나를 이 세상에 살게 하며, 삶을 주어 나를 수고로이 일하게 하며, 늙음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 주며,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

여기서 勞我以生(노아이생) 이 말은 인간의 삶이 노동과 붙어있다는 말씀이리라. 
이렇듯 인간은 본질적으로 노동하는 존재이고, 노동을 통해서만 그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의 결과가 오롯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착취'의 문제이다.
힘없는 민초들은 유사 이래 내내 노동에 동원되고 전쟁에 징발되고 지배자들에게 착취당했다.
마르크스가 비분강개할 만했다.
노동이 만들어낸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수탈하는 문제.. 간디가 사회를 망가뜨리는 7가지 적들의 하나로  꼽은 게 'Wealth without Work 노동 없는 부'이다. 
원래 공산주의의 모토가 '저마다 능력만큼 주고, 필요한 만큼 받는다.'이다.
피를 나눈 사이에서는 가능할까? 

문제는 '사회적 태만 Social loafing' 이슈다.
줄다리기 시합을 할 때 둘이 끌면 자기 힘의 93%, 여덟 명이 끌면 49%의 힘만 쓴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혹시 '진상 보존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어떤 사회에서건 '피착취형, 착취형, 독립형, 천덕꾸러기형'이 공존하며, 착취형을 들어내면 나머지에서 다시 착취형의 그룹이 생겨난다는 실험 결과(쥐들에 대해서 실험을 했다나 뭐라나)  
정말 자발적으로 최대한의 역량을 쏟아 '노동'을 하면 자기실현과 생활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사회, 누구도 타율적으로 일하지 않고 착취당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회는 유토피아에 불과할까?

자본주의는 '노동'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단순한 하나의 생산요소나 상품으로 보는 못된 생각을 언제쯤 뜯어고칠 수 있을까?
이런 말이 있다. '공산주의의 태생적 미덕은 가난의 평등한 분배요,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폐해는 풍요의 불평등한 분배이다.' 
요즘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불법 파업에 동네 주민들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가족이 나서서 반대 시위를 하는 걸 보면서 '노동'의 본질과 현실 사이에 넘지 못할 '넘사벽'이 있는 걸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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