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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GMG.

9% - 무봉산

by 샤샤
bgm. Vibra by Jazzyfact


♪ 누군 날 놀리는걸 넌 너무 어려 Fuck that shit, man, 난 배운 대로 해 ♪


Screen Shot 2025-05-18 at 4.22.08 PM.png 기훈단 여소대 동기들이 사준 생일선물을 이제야 개봉했다 (양말은 특기교육 교관님이 사주신...!)

의외로 지금 살고 있는 평택 근처에 좋은 산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날씨는 내가 날씨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에 의거 완벽에 가깝고, 게다가 공기의 냄새도 좋아서 가산점이다. 부대 근처에 있는 독신자 숙소는 아무래도 시골이라 랜덤의 확률로 구수한 밭냄새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데, 요 근래 오전의 공기 냄새는 복무 연.. 장.. 또는 장.. 기.. 까지는 아니고 평택에서 근무할 맛 적잖이 나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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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KAF 티셔츠는 국룰

오늘은 오산공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소대동기 둘, 그리고 그중 한 명의 후임 둘과 함께 총 다섯 명이서 등산을 갔다. 여럿이서 가는 등산은 역시나 하하 호호 즐겁다. 오늘 탄 무봉산이 적당히 산책 겸 운동 겸 적당한 산이었어서, 올라가면서 수다도 떨고 중간중간 휴식 포인트에서 서로 챙겨 온 간식도 까먹으며 재밌게 다녀온 것 같다. 그리고 다섯 소위는 도수체조로 등산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국군 도수체조..


우리 동기들은 2주 뒤면 중위 진급을 하게 된다. 중위라니! 중위라니... 이제 어느 정도 부서에 적응도 했고, 밀폐된 벙커의 공기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일요일 아침의 공기는 1년 전 임관할 때의 상쾌함, 오히려 훈련동안 당연시 여겼던 클린 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상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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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 배운 표현이 있는데, 바로 "GMG"라는 말이다. 동기의 두 후임은 올해 3월에 갓 임관한 소위들인데, 비록 우리 동기들과 임관 연도는 1년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오늘 같이 갔던 우리 기수 셋과는 나이차이가 아주 조금 있는 편이다. MZ보다도 더 새로운 표현이 어울릴 법한 소위들에게 배운 "GMG""가면 감"이라는 뜻이다. 이 표현 자체에서 느껴지는 가치관 차이나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논하거나 분석하는 건 아주 꼰대 같은 글을 만들어버릴 것 같아서 자제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나는 그 차이를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ㅎㅎ.. 뭐든 가면 가는 거고 아니면 빠꾸 치는겨. Go / No-Go를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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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면 산책인거죠?

또 우리는 젊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린제이 로한, 앤 해서웨이를 포함한 여러 연예인들이 사망한 사람의 지방을 이식해 젊음을 유지하는 시술을 꾸준히 받고 있고, 한 억만장자는 본인이 진행하는 회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신의 아들과 아버지를 포함한 3대에 걸친 피 교환을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화라는 것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우리는 20대 초반과 비교해 탄력을 잃어가는 듯하는 피부에 어떤 리프팅이 효과가 있는지, 지금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당연한 듯 얘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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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동물농장이었던 하산길..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이 외모에 반영되기 마련인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까?


젊게 사는 분들은 더 동안인 경향이 있고, 삶의 방식에 따라 더 빨리 외모의 노화가 진행되는 분들도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면 (vice versa가 적용된다면) 동안 외모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해서 실제로 겉모습은 훨씬 어려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영(young)한 가치관으로 하루하루를 대할까. 물론 외모에 따라 지인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나,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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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등산 간식. 나도 방울토마토를 씻어갔는데 동기도 방토를 두 통이나 준비해왔다!


오늘의 브금인 재지팩트의 Vibra는 빈지노가 24살에 발매한 앨범이다. 저 앨범의 여러 수록곡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대담하고 생각도 많았던, 그래서 오히려 갈팡질팡하고 일관적이지 못했던 내 20대 초반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마인드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어쩌면 같은 선택들을 했으려나.


일정 수준의 안티에이징에 대한 사회의 당연한 관심이 있듯, 그게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정도로만 내 행동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항상 그 "적당히"라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이 정도면 적당하다"라는 레드 라인을 나 혼자만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도, 타인의 시선만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없는 법이다.


Screen Shot 2025-05-18 at 4.10.27 PM.png 브런치집에서 건강한 음식으로 마무리

맛있고 건강한 것들을 먹고, 새롭고 환기되는 것들을 접해야지.


비록 낮은 산이었지만, 다시 스퍼트를 가하는 의미의 3개월 만의 등산이었다. 돌아오는 주말, 그리고 휴무일에도 등산 약속을 잡아놨으니 더 잦은 연재가 가능하겠다. 중위 진급 직전의 생각들을 흙에 꾹꾹 눌러 담고 잘 기록해 둬야겠다.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는 건데 의미부여를 해야만 한다. 고생 많이 했으니까요. 그리고 우당탕탕 1년의 소위 생활 간 감사한 분들께는 시의적절한 감사인사를 하겠어요! 이상 전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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