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탈모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렸을 때부터 머리숱이 없긴 했다. 7살 때인가. 엄마가 미용실에 데려가 파마를 시켰는데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 축 늘어져 버렸다. 결국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미용실에 다시 데려가 한 번 더 파마를 시켰다. 그렇게 내 머리는 겨우 곱슬거려질 수 있었다.
곱실거리는 머리 덕분에 머리숱이 적은걸 들키지 않고 지낼 수 있었지만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내 머리카락은 우수수 두피를 탈출하고 있었다. 난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두피를 자극시키는 롤러를 사 두들겨주며 더 이상 집을 나가지 말아 달라 애원했고, 검은콩을 먹으며 계속 있어달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완고했고, 나는 힘이 없었다. 그렇게 극세사처럼 가느다래진 나의 머리카락들은 힘없이 낙하하고 말았다. 내 마음도 같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의 탈모는 어디에서 오는가?
나의 아버지가 머리숱이 적었다. 그는 빛나는 대머리까진 아니어도 두피가 잘 보이는 그런 정도의 탈모 상태를 어느새 갖추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저 모습이 나의 미래인가. 좌절하고 말았다.
언제부턴가 두통이 심해 신경과, 한의원, 정형외과 안 간 병원이 없었다. 한의원 원장님이 나의 몸을 이곳저곳 만져보더니 한마디 했다.
“왜 그러고 살아요?”
이게 환자에게 할 소리인가 싶었지만 나는 침착하게 그것이 무슨 소리냐 되물었다. 그러자 내 허벅지 옆을 팔꿈치로 눌렀다. 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통증이 너무 심했다.
“이러면 안돼요. 그렇게 빡빡하게 살려고 하지 마세요.”
한의원 원장은 나에게 나머지 공격을 퍼부으며 말했다. 나는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내 성격 탓이라는 것이다. 강박적인 성격. 그렇게 두통은 끊이지 않았고 이것이 탈모에도 영향을 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탈모가 시작되었을까. 나는 탈모가 시작되었던 그때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복지관에 사회복지사로 처음 취업을 하고 3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 당시 사귀던 사람이 나의 정수리를 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때 내 머리숱이 많이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든 직장인이 공감하듯 직장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는 것은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나도 그랬다. 일에 적응하고 싶어서, 일을 잘하고 싶어서,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싶어서 신경 쓰는 일들이 많아졌고, 그렇게 내 머리카락도 얇아지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남의 인생에 관여하는 부분이 많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의 업무 하나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부분은 남들이 볼 때 답답하다 느껴질 정로도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탈모가 진행된 지 10년. 나는 이제 비를 맞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안되었다. 나의 두피가 너무나도 잘 보였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베개에 떨어져 있는 나의 극세사 같은 머리카락들이 보였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분이 좋은 병원이 있다 말해주었다. 그곳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머리카락이 났다고, 다른 분도 그 효과를 봤다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날 술 약속이 있었지만 나는 한걸음에 그곳을 찾아갔다.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있는 그 병원은 꼭 영화 세트장 같았다. 허름한 계단 옆에는 박스들이 쌓여있었고 병원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주 오래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탈모 때문에 왔습니다.”
무심한 간호사는 기다리라 말했고 나는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에 들어가니 다리를 쩍 벌리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중년의 남성분이 앉아있었다. 간단하게 묻고(언제부터 탈모가 시작되었는가? 참 속상했겠다. 좋은 약을 처방해 주겠다.) 이만 나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30초 정도 걸렸을까? 1분은 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3개월치 탈모예방약을 처방받아 품 안에 약을 꼭 끌어 안은채 집에 왔다. 하루 한번. 나는 잊지 않고 약을 챙겨 먹고 있다. 그렇게 약을 먹은 지 2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한가? 잔머리가 많아졌고(좋은 징조인가?) 그 외에는 특별히 다른 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하루빨리 차도가 있을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