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양말 찾아 신기

by 관리비

청소하기는 힘든 일이다. 나도 자취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살림을 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새롭게 놀라며 배워갔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빨래를 하며 청소기도 돌려야 했고,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주어야 했다.(그러지 않으면 악취가 났다.) 빨래를 하면 빨래를 개어 서랍에 넣어야 했으며 청소기를 하루라도 돌리지 않은 날이 있으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당시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던 나는(강아지는 작년 20살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강아지의 똥도 치우고 배변패드도 갈아줘야 했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여름철이면 음식물 쓰레기가 생각보다 금방 상해 조금만 늦어도 그곳에 벌레가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 그곳에 벌레라도 생기는 날에는 나는 기절을 할 지경이었다.


실제로 아파트 복도에 내놓은 쓰레기에 애벌레들이 생겨 치워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나는 얼굴이 창백해져 복도 벽을 타고 있는 애벌레를 치우려 노력했고,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옆집 할머니가 대신 치워주시기까지 했다. 어찌나 그 모습이 불쌍해 보였었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한 노릇이다.

내가 만나는 분들 중에 특히나 청소가 힘든 분들이 있다. 사정은 여러 가지였다. 어떤 것도 버리기 힘든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으로 청소와 정리 자체가 안 되는 분도 있었다. 바깥과의 소통을 끊어버리고 집안에서만 살아가느라 쓰레기가 쌓이는 분도 있었다. 아니면 위생에 대한 개념이 다수의 사람들과 다르다거나...


그런 분들을 직접 보러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집안의 상태를 봐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집은 야생의 밀림과 흡사하다.(내 기준에서 말이다.)

현관을 열면 미이라의 한 장면처럼 날벌레가 쏟아져 나왔고, 내가 서 있음에도 굳이 숨지 않고 당당하게 벽을 타고 다니는 무수한 바퀴벌레와 그의 친구들은 나를 위협하며 지나다녔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거미줄들은 내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우거진 수풀 같았다.


참고로 나는 벌레를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그 무서운 정도는 어느 정도냐 하면 살아있는 생물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벌레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그중 바퀴벌레가 제일 무섭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빌라에는 바퀴벌레가 너무 많았다. 밤이 되어 잘 때면 그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바퀴벌레는 나에게 특히나 무서운 존재다.


아무튼. 그런 정글 같은 현관을 어렵게 진입하면 또 다른 장벽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놓고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를 오랫동안 안 한 그 집은 다수가 쓰레기라 여기는 짐들이 많았고, 바닥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끈적이는 두꺼운 막이 바닥에 칠해져 있는 모양인데, 가끔은 바닥이 양말을 신고 걸어가려는 내 발을 붙잡아 양말만 빼앗기고 말 때도 있었다. 나는 바닥에 빼앗긴 양말을 되찾으려 하면서 또한 바닥에 나의 발이 닿지 않으려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구멍 난 양말을 버리지 않는다. 버리지 않은 구멍 난 양말을 사무실에 잘 간직하고 있다 청소를 하지 않으시는 분의 집에 방문할 때 가지고 간다. 그렇게 버릴 양말을 신고 방문을 한 후 방문이 끝나면 신고 갔던 구멍 난 양말을 고이 벗어 가방에 넣고 구멍 나지 않은 양말로 갈아신곤 한다. 그렇게 나는 구멍 난 양말을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집주인분에게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다가도 집의 상태를 실제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 없다. 집주인분도 이미 나에게 신발을 신고 들어오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웬만해서 하지 않으려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 집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집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 현장의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는데, 보고서를 써 보고해야 할 때면 팀장님의 안구 보호를 위해 양호한 사진을 골라 보고하곤 한다. 실제로는 더욱 영화 같은 장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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