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회복지사의 평범한 하루
나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다.
이곳에서만 7년째 일하고 있다. 그 전에 일하던 곳 5년과 이곳 7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도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없는,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 해보려 한다.
오늘도 어김 없이 아침이 밝아왔으며 나는 출근 준비를 했다.
회사를 향하는 셔틀버스 안. 내가 앉으려는 자리 앞자리 의자를 누군가 뒤로 확 재쳐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없는 그 자리가 마음에 들어 나는 굳이 그곳에 들어가 앉았다. 손잡이에 부딪힌 골반이 얼얼하다.
그렇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게 불편한 사람이다. 아니 얼굴만 알거나 인사만 하는 사이를 길 가다 마주친다면 길을 돌아가거나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는 척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성격의 사람이 사회복지일을 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전쟁터 아니 회사. 나는 회사를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전쟁터 같은 회사라고 하는데 내가 일하는 곳은 그 정도는 아니다.
가끔 민원인이 와 소리를 지르고 드러 누우는 일을 보긴 하지만, 옆집 치매 할머니가 복도에 나와 밤마다 소리를 지르니 와서 해결하라는 전화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받지만. 그래도 전쟁터는 아니다.
나보다 더 전쟁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오늘도 나는 책상에 몸을 구겨 앉아 모니터를 바라본다. 9시 17분. 어느 덧 17분이 지나갔다. 그리고 출근한 지 17분이 지난 이 시간에 나의 집중력은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어제 퇴근 직전까지 민원인에게 문자 폭탄을 받으며 시달려서 일까.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받는다. 민원인 또는 대상자(우리의 클라이언트를 대상자라 부른다.)들과 문자나 휴대전화로 연락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상자분들은 모두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상황이라 극단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어제도 지금 당장 나는 죽으러 가니 말리지 말라는 전화를 세 통 받았다. 우리에게는 나름의 행동 지침이 있다. 죽음을 암시하거나 죽을 거라는 연락을 받으면 112에 신고를 하는 방법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보호자가 함께 있는 것을 즉시 확인할 수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으면 112 신고를 통해 경찰의 도움을 받으라 당부했다.
오전 시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간에 내 자리의 전화가 울렸다. 나는 전화번호를 황급히 확인했다. 교도소에 들어갔다 출소한 그 할아버지는 아니겠지?
다행히 다른 번호였다. 나는 미세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화기를 들었다.
또 그 옆집 할머니다. 그 할머니가 어젯밤 소리를 지르며 복도에 나와있다는 내용이다. 이제는 낮이며 밤이며 가리지 않고 복도에 나와 화를 내고 욕을 하고 자신의 집 복도 쪽으로 난 창문 방충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단다.
참 기운도 좋으시다. 나는 그렇게 까지 하라면 솔직히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무슨 힘이 있길래 그 할머니를 막을 수 있나. 하지만 그 할머니의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는 나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와서 한번 봐주고 가란다. 참고로 나는 초능력이 없다. 눈으로 한번 봐준다고 해서 치매로 증상이 있는 할머니를 누그러뜨리거나 그 행동을 안 하게 하는 능력 따윈 없다.
하지만 옆집 할머니와 통화하는 나는 초능력자의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 나는 순간 초능력을 가진 사람처럼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오후에 갈게요."
옆집 할머니는 흡족한 듯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마무리 못한 서류들을 마무리하고 점심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그 할머니의 집에 방문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나는 무거운 마음과 함께 짐을 챙겨 치매로 고생하는 할머니와 이 할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옆집 할머니를 만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옆집 저 미친 x이 나한테 밤새 연기를 뿜고 바람을 넣어서 머리가 아파 살 수가 없잖아!"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는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사실 이분은 나이로 치면 할머니라 말하기 어려운 나이이다. 64세. 요즘은 60대를 할머니라 부르기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있는 할머니는 남들이 봤을 땐 영락없는 할머니처럼 보였다.
"옆집에 저랑 확인해봤잖아요. 아무런 장치도 없는 거."
내 말에도 굴하지 않았다. 화가 단단히 난 할머니는 내 앞에서도 옆집에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한숨이 나왔다.
치매 할머니를 만나고 옆집 할머니도 만났다. 그래도 내가 왔다 가면 좀 덜한다고 하신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다른 집으로 옮겨 드릴 것이니 조금만 참아달라 말씀드리고 그 집을 나섰다. 하늘을 쳐다보니 푸르기가 그지없었다. 이곳 근처에 아주 좋은 산책로가 있는데 지나가는 길에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도 많아 보였다.
나는 잠시 그 산책로 벤치에 앉아 하늘을 봤다. 하늘이 참 푸르렀다.
내일은 내 마음에 먹구름이 가득한 날이다. 혼자 사는 중년의 여성분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호자가 있으므로 보호자 입원을 하는 것이지만 보호자가 시각장애인이므로 내가 적극 도와드려야 하는 형편이다. 치료가 필요한 분이기에 정신병원 입원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협조를 얻고 싶은 지구대에도 공문 하나, 병원에도 공문 하나를 보내면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내일이 되면 이 일의 마지막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 수 있겠지. 그것만 생각하면 소주를 나발로 분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리고 피가 거꾸로 솟아 혈액순환에는 그만이지만 힘없이 빠져가는 내 머리카락을 위해 내일까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몇 번의 전화를 받아 푸념과 불만을 들어야 했다. 지친 나는 오늘 천천히 집에 가고 싶었다. 농담이고 사실은 7시에 심리상담이 잡혀 있어 칼퇴하지 않았다. 직장에서 가장 친한 선생님과 함께 부동산 이야기를 했다. 나도 선생님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따로 각자 관심분야에 맞춰 부동산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경매. 나는 아파트 매매.
그렇게 우리는 유익한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며 지적 자산이 느는 것을 즐겼다. 이렇게 정보를 공유한지는 좀 오래되었지만 실제 우리의 자산이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긴 하루가 마무리되어갔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매일이 새롭다. 그리고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일찍 잠에 들 예정이다. 그렇게 충전을 하고 내일을 맞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