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연습 후기 (하편)

결전의 날

by 사선에서

눈부신 아침이 시작되었다. 어제와 달리, 그들의 표정에는 한결 밝음이 묻어났다.


오늘 하루는 오전 예행연습, 오후 DB 최종 점검으로 구성되었다. 예행연습 시간에는 어제 익힌 명령 입력을 반복 연습했고, 오후에는 군단과 연계하여 우리가 운용할 부대의 전투력 현황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연합연습이 시작되는데, 그들은 점점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들을 안정시켜야 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 전, 조용히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많이 불안할 거라 생각됩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 내려오기 전부터 두 달간 작전계획을 공부해왔고, 이번이 네 번째 연합연습 경험입니다. 그러니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저는 여러분 입장에서 고민하고 지시할 것이며, 제한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다른 방법을 함께 찾을 겁니다. 연습이 시작되면 여러분이 입력하는 모든 명령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대신, 제가 지시하는 최종 상태만 달성해 주세요. 명령 입력 방식은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일부러 비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드디어, 연합연습이 시작되었다. 적 특작부대의 침투가 식별되자, 게임어들은 분주히 명령을 입력했다. 기동부대는 움직였고 기동과 사격으로 적을 격멸해 나갔다. 그러나 깊은 산악 지형에 침투한 적은 쉽게 제거되지 않았다. 기동이 제한되는 지역에는 박격포를 집중 사격하여 격멸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화력반에서 긴급 전화가 왔다.


“책임장교님, 혹시 000지역에 사격 중이십니까?”


“네, 특작부대가 있어서 집중사격 중입니다.”

“그 지역에 아군 포병부대가 있습니다. 현재 피해가 발생 중입니다. 즉시 사격을 중지시켜 주십시오.”


아차 싶었다. 사격을 한 게임어는 박격포를 운용 중이던 A 중사였다. 곧바로 사격을 중지시키고 모니터를 함께 들여다보니, 인접 부대 확인을 못한 채 명령을 입력했던 것이다. 기능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곧이어 군단 화력참모님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는 분노로 가득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훈련해라! 지금 장난하는 거냐? 게임어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고, 넌 확인 안 하는 거야? 아군 오인사격으로 K-9 자주포랑 K-10 탄약운반차가 완파됐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말이 쏟아졌다. 짜증이 확 치밀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다, 마지막에 “알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너머로 고개를 든 기동반 요원들이 나를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A 중사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잘했어. 그렇게 쏴야 적을 격멸하지. 다음에도 똑같이 사격해. 단, 주변 부대는 꼭 확인해.”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오히려 격려했다. 그는 실수를 딛고, 정확히 12시간 후 박격포로 적 보병대대 2개를 격퇴시켰다. 그리고 연습 종료 시까지 수많은 기동부대를 운용하며 적 2개 사단을 궤멸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기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부 연습 종료 하루 전, A 중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에게 장례식장으로 가라고 지시했지만,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내일 목표를 확보하는 결정적 작전이 있습니다. 제가 빠지면 동료들이 많이 힘들 겁니다. 그리고 저도 목표를 확보하는 영광을 동료들과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의 자리를 대체할 게임어는 없었다. 모두가 이미 수많은 부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남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결국 육군예하 군단 중 유일하게 목표를 확보한 기동반이 되었다. A 중사는 연습 종료 후 전공을 인정받아 군단장 표창을 받았다.


그렇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연합연습은 8월 28일 종료되었고, 우리는 각자의 부대로 복귀했다. 나는 이번 연습을 통해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동기부여는 공감에서 출발한다’는 진리였다. 훈련을 시키기 위해선 먼저 훈련 대상자와 공감해야 했다. 만약 내가 그들의 처지를 외면하고 임무만 부여했다면, 과연 임무가 완수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불가능했을 거란 확신이 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심으로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마음의 문이 열리자, 그 안에 억지로 임무를 밀어넣지 않고 스스로 담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그 시간을 방해하는 외부 간섭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막아섰다. 군단에서 전화가 오면 내가 대신 받으려 했다. 상급자의 전화 한 통이 초급간부들에게 얼마나 위축감을 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해낸 결과에는 아낌없는 칭찬과 인정을 보냈다. 내가 생각한 방식과 다소 달라도, 그들의 방식이 합리적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인정받는다는 것에 그들은 만족했고, 스스로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수동적이고 피해의식에 젖어 있던 이들은 주인의식과 자긍심으로 무장한 진짜 전투요원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기억난다. B 중사가 기계화 부대를 운용하던 중, 대규모 적 반격이 예상된다는 보고를 받자 이렇게 말했다.


“올 테면 와보라고 하세요. 이런 전투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싹 쓸어버릴 겁니다.”


그들은 이제 즐기고 있었다.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야전부대에서는 과연 이렇게 했던가? 아니, 나의 지난 군 생활에서는... 연합연습처럼 먼저 공감하려 노력했고, 기다려주고, 동기를 부여했는가? 혹시 ‘군인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임무니까 열심히 해’라며 윽박지르고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갑자기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아마 오늘 이 연합연습 후기를 기록하는 것도, 지난날에 대한 나의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부산에서 격리당하며 2주간 고생한 우리 기동반 1진 게임어들!


그리고 우리 군단 창설 이래 가장 뛰어난 전과를 올리며 혼신의 노력을 다해준 2진 게임어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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