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교육기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방법 (#10)

결정적인 순간에 의지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by 사선에서

육군대학 시절에 경험한 일이다. 첫 번째 정규 평가인 북한군 전술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되뇌며 시험에 임했다. 그런데 문제풀이의 첫 관문인 상황 평가 단계에서 막히고 말았다. 일반 상황과 특별 상황을 기초로 북한군의 주타격 방향을 판단해야 했는데, 아무리 ‘METT+TC’ 원칙과 북한군 교리, 교리형판 등 모든 기준을 적용해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서쪽인지, 동쪽인지. 어느 쪽도 결심할 수 없었다.


주타격 방향을 빨리 결심해야 투명도와 도식 명령을 작성하고 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시험시간 2시간 중 30분 안에 상황 판단이 끝나야 한다는 압박이 따라왔다. 시계를 봤다. 벌써 40분이 지나 있었다. 지도 위에서 서쪽으로 결심했다가 지우고, 동쪽으로 바꿨다가 또 지우기를 반복했다. 손에 땀이 나고, 이마에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시험 통제 교관의 말이 들려왔다.


“학생장교들! 이제 상황 판단을 종료하고 문제를 풀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다시 시계를 봤다. 헉, 벌써 1시간 10분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고작 50분. 그런데 나는 아직 상황 판단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번 시험을 망치면 끝이다. 원하는 성적도, 진급도 없을 거야...’


극도의 불안이 머리를 휘감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지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었지만, 온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고 땀이 흘렀다. 몸은 굳고 머리는 하얘졌다.


“학생장교, 괜찮아요? 이제 문제 푸셔야 해요.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상기된 나를 걱정한 교관이 내 앞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그 순간, 문득 기도하고 싶어졌다. (여기서 특정 종교를 권유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당시 나는 천주교 신자였고, 교육 입교 전 신부님께서 사용하시던 묵주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가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그 묵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하느님, 제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기를 바라시지는 않으시죠? 왜 이토록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시험을 주시는 겁니까...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요.”


잠시 묵상한 뒤, 묵주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그토록 보이지 않던 북한군의 주요 기동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내 시야가 갈라졌고 주타격 방향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남은 시간은 40분. 그제야 정신이 또렷해졌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투명도를 작성하고 도식 명령을 마무리했다. 문제 요구 사항들을 집중해서 풀었다. 마지막 문제를 끝냈을 때 남은 시간은 단 3분.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답안지에 글이 써 있었고 투명도도 완성되어 있었다.


“시험 끝! 답지를 제출하십시오.”


그 말을 듣고 답지를 내며 교실을 나서자, 나는 그대로 휴게실 소파에 널브러졌다. 온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절박한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다. 단 한 걸음만 더 디뎠다면 추락이었고, 어쩌면 지금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가장 절박하고 위태로운 순간, 당신이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이든, 믿음이든, 나 자신이든 상관없다. 누군가는 불교에, 누군가는 기독교·천주교에, 누군가는 조상이나 우주, 어떤 자연의 힘에 의지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끝까지 붙잡을 ‘마지막 끈’은 반드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순간, 나의 신앙에 나를 맡겼고, 결과적으로 그 힘이 나를 붙잡아줬다고 믿는다. 그때는 정말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교육과정에서는 누구나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계획해도, 현실은 언제나 변수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변수는 대개 당신의 통제력 너머에서 벌어진다.


바로 그 순간!

그 위기의 순간을 함께 견뎌줄 ‘무언가’가 당신에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기간에 그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적어도 단 한 번, 당신도 그 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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