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하편)

by 사선에서

전차 기동훈련을 위한 참모들과의 도상연구와 위험성 평가가 한창이던 중, 지휘통제실에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대대장님, 위병소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부대 안으로 모실까요?"


"손님? 오늘 방문 예정인 손님은 없는데. 인적 사항은 확인했나?"


"네, 71세 남성, 성함은 OOO입니다."


"모르는 분인데... 일단 규정에 따라 출입 절차를 진행하고, 정보과 인원을 통해 안내해 영내로 모셔. 혹시 지역 어르신일 수도 있으니."


대대장실로 안내된 분은 백발의 어르신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떤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네, 대대장님. 먼저 제 명함입니다."


명함에는 'OO농장 대표 OOO'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부대 책임 지역에 있는 농장도 아니었고, 나는 그분을 전혀 알지 못했다.


"대대장님, 잠시만요. 전화 한 통만 하겠습니다."


어르신은 휴대폰을 꺼내 통화를 시작했다.


"어! 김장군! 잘 지내지? 그래, 나 지금 OOO대대장실에서 대대장 만나고 있어. 나는 잘 지내지. 여기서 볼일 보고 갈게. 조만간 한번 봐야지. 내가 자리 마련할 테니 다른 장군들하고 함께 와. 잘해줄게. 그래, 나중에 통화합시다."


통화를 마친 어르신은 내게 말했다.


"OO부대에서 근무하는 OOO 중장(별 셋)이 날 형님으로 부르지. 내가 여기 온다고 했더니 '도와줄 일이 있냐, 본인이 전화해주겠다'라고 하길래 내가 괜찮다고 했어."


"네,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여기 A 일병이라고 있지? 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윽! 또 A 일병이구나...'


"많이 힘들어한다고 들었습니다. 보직 조정을 해달라고 직접 찾아왔습니다."


"혹시 A 일병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집안 어른입니다."


나는 그분에게 A 일병의 치료 경과, 보직 조정 과정, 그리고 최근 면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A 일병을 대대본부로 보직 조정해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 아닐까요?"


"그것은 대대장인 제가 중대장과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어르신의 의견은 충분히 잘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검토해보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OOO 중장께도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뭘 좀 가져왔습니다."


함께 온 운전기사에게 신호를 보내자, 황금색 비단 보자기에 싸인 5kg 사과 상자 크기의 물건이 내 원목 테이블 위에 묵직하게 놓였다.


"별것 아닙니다. 제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키운 한우입니다. 아주 좋은 특등 상품이니 한번 드셔보세요. 드시면서 A 일병도 잘 생각해 주시고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어르신, 이 물건은 다시 가져가셔야 합니다. 저는 이런 것을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되는 군인이자 지휘관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냥 드시면 됩니다."


나는 절대 안 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단호하게 설명하고, 기사분에게 당장 가지고 나가 달라고 말했다. 어르신은 다시 한번 물건을 내밀었지만 나는 강하게 거절했다.


"어르신, 계속 이러시면 저 역시 사단 감찰부와 군사경찰에 뇌물 관련 사항으로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곤란해지기 전에 그냥 가져가십시오."


어르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실망한 표정으로 'A 일병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위병소 밖으로 나갔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곧바로 A 일병과 중대장을 불렀다.


"이게 마지막 경고다. 다시 한번 A 일병, 너의 보직 조정과 관련해 상급자의 전화나 누군가가 이렇게 불쑥 찾아와 불법 청탁과 뇌물을 주려 한다면, 나는 더이상 너를 도와줄 수 없다! 네가 직접 부모님께 전화해서 이 사실을 분명히 알려라. 나는 지금 굉장히 불쾌하다."


이후로 A 일병과 관련된 전화나 부당한 방문은 더는 없었다. A 일병은 중대본부 행정병으로 군 복무를 잘 마치고 전역했다.


P.S.

나는 어르신이 뇌물을 주려 했던 정황을 사단 감찰부에 즉시 신고했다. 실제로 받은 것은 없었지만,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지체 없이 감찰부에 신고하길 바란다. 여러분의 군 생활은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최후의 보루는 법과 규정이다. 이것을 준수한다면 어떤 시련 속에서도 결국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


영화 '베테랑'의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처럼, 그날 저녁 참모들과 부대 회관에 가서 삼겹살을 실컷 먹었다. 소고기보다 훨씬 맛있었다.


A 일병의 집안에 누가 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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