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에어컨 바람이 답답하기도 했거니와 마침 도로를 자유로이 누비는 말을 보고 흥미가 생겨 창문을 열었다. 뜨거운 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저 녀석들은 왜 도로까지 나왔을까.'
옆에 앉은 어떤 이가 턱을 괸 채 창밖을 응시하는 내 모습을 힐긋 보고는 무심히 입을 열었다.
“어느 집단이나 돌연변이가 있기 마련이지.”
‘돌연변이라.’ 나는 단어를 되새기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순리에 역행하는 돌연변이. 대부분은 초원에서 풀을 뜯지만, 몇몇 비범한 녀석들은 평범하기를 거부한다. 대개 비범한 이들은 안정한 길에서 벗어나 기꺼이 불안정한 길을 걷는다.
만약 내게 정말 좋은 능력 또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스스로를 믿어야만 한다. 나의 무기로 삼아 나아가야한다. 그러나 동시에 무시당할 각오를 해야 하며, 남들이 나를 설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들의 말이 나의 현실이 되도록 동조해서는 안 된다. 머뭇거리면 예리하던 무기는 녹슬어 무뎌지게 될 것이다.
시내에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는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약 5시간의 이동 끝에 마침내 'A'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b'의 시내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사방이 어두컴컴해진 뒤였다. '도시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는 말은 'A' 사람들에게 전혀 공감되지 않는 말일 것이다. 누군가 이곳이 'b'의 시내라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한국의 면 단위보다도 훨씬 더 작은 시골 같았다. 어두운 벌판에 홀로 불이 켜진 맥도날드를 마주했을 때 무척 반갑기도 했지만, 그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여 안쓰럽기까지 했다. 차가 채 서기도 전에 내릴 준비를 마친 나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내려 요상한 자세와 소리로 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켰다. 빨리 허기진 배를 달래고 싶었거니와, 딱히 다른 선택지도 없을 것 같아 곧장 맥도날드로 향했다. 호기심을 안고 들어선 매장은 대체로 깔끔해 약간의 이질감마저 들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의 미소 또한 ‘A’와 맥도날드의 조합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주문하신 세트 메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매장에서 편하게 앉아 먹어도 됐지만 굳이 햄버거 세트를 들고나와 가로등이 겨우 비춰주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는데 분위기 때문에 그랬는지, 배고파서 그랬는지, 재료가 신선해서 그랬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주방장의 내공 때문에 그랬는지 그 맛은 가히 예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풍족한 한국에서는 감사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열악한 'A'에서는 작은 것 하나하나 다 감사하다. 정작 한국에서 감사할 일이 더 많고 감사를 표현해야 할 분들이 더 많은데 불평하기 바빴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감사하면 된다. 늦었다고 후회하고 자책하는 것은 아무런 개선책을 주지 못하는 불평의 후속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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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있으니 온몸이 가려웠다. 벼룩이 내 몸을 기어다니고 있는 기분이랄까? 박박 긁으니 어느새 피부 이곳저곳이 붉게 올라왔다. 오늘 밤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게 여행의 묘미라고 한다면 묘미겠지. 언제 어디서든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하고, 여행의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누군가의 삶이라면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언제 또 오늘과 같은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후회 없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다. 지금의 이 공기까지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소화할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어찌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있으며 그것만이 정답이겠는가. 그러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광대하고 인생은 경이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