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이라고 부르는 열대지방의 소나기를 맞으며 트럭에 짐을 실었다. 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트럭이 퉁퉁 튈 때마다 내 몸도 덩달아 튀어 오르곤 했다. 트럭 뒤 적재함에 탔었기에 도착할 때까지 밖으로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해 뭐든 꽉 잡고 버텨야 했지만, 다행히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불상사 없이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b'에 있을 동안 지낼 숙소인데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자연 친화적인) 초등학교와 집 몇 채만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무엇도 찾아볼 수 없는 시골 중에서도 변두리였다. 숙소는 마치 영화 '9살 인생'에 나오는 시골 학교로 전학 온 서울 여학생처럼 그런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렸다. 짐을 내린 트럭은 짧은 인사만 남긴 채 멀어져갔고, 멀어지는 만큼 고요함은 커져 공간을 가득 채웠다. 종종 들리는 새소리와 개 짖는 소리 정도만이 시간이 멈추지 않았음을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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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그토록 고대하던 'B-612'에 간다.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들었던 'A'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 미묘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지낸 친구들이 송별 파티를 해줬다.
식사 후 친구들에게 고마운 진심을 담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곁들인 작별 인사를 했는데 꽉 잡은 손을 놔주지 않았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얼굴도 본 적 없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남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별이라는 거대한 운명 앞에서도 손을 놓지 않는 사이 ‘우리’가 되었다.
너와 나를 우리로 결합하는 근본적인 힘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몸이 아무리 가까워도 마음이 멀면 원수일 수 있지만, 몸이 멀어도 마음이 가까우면 친구일 수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라는 네 가지 기본이 되는 힘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중 가장 강한 힘인 강한 핵력은 원자를 단단히 결합하여 물질의 분열을 막는다.(만약 어떤 이와의 관계가 편하다면 상대방이 그만큼 에너지를 쓰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원자핵에 중성자가 충돌하면 강한 핵력 이상의 반발력이 발생하여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강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원자 폭탄의 원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라는 결합이 거짓말, 미움 등에 의해 쪼개질 때 불신, 상처라는 부산물이 만들어지며 결합이 견고할수록 그 부산물도 커진다. 그러니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결합을 결코 당연하게, 그리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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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것 같았던 하늘이 어둑해졌다. 허리케인의 여파로 나갔던 전기가 아직 채 복구되지 않았기에 전깃불을 켤 수 없었다.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밝히 보려고 해도 빛이 없으니 모든 것이 캄캄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단 한 발을 내딛기 위해서도 더듬거려야 했다. 밝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것인지 몰랐다.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그 빈자리가 큰 것이 정말 많다. 빛, 전기, 물, 공기, 가족, 친구 등.
열악한 상황에 불평할 수도 있었지만, 'A' 친구들은 불평이 마음을 점거하게 두지 않았다. 나를 마당에 데리고 나갔고 우리는 둘러앉아 올드 팝송을 불렀다. 그렇게 밤이 깊어갈수록 불평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갔다.
사실 이 우주 어디에도 '어둠'이란 없다. 다만 그곳에 '빛'이 존재하느냐 부재하느냐로 나뉘며, '빛'의 부재를 우리는 '어둠'이라고 부른다. 어떤 상황이든, 'A'의 현지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낸다면 어둠은 빛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유형의 차원과 무형의 차원이 동시에 존재하며 상호작용한다.
유형의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무형의 마음이다. 물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행동을 유발할 만큼 충분히 크다면 손을 뻗어 컵에 물을 받아 입으로 가져가 마실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에 행복이 찰랑일 것이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을 것이다. 마음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다면 눈을 감고 자랑스러웠던 느낌, 감사했던 느낌에 집중하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여유있게 숨을 쉬고 아이처럼 하하하 웃다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이렇게 감정 상태를 바꾸면 그에 따른 행동도 바뀐다.
반대로 무형의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유형의 행동이다. 하버드에서 진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어깨를 펴고 양손을 허리에 올리는 동작만으로도 우리 몸에 긍정적인 호르몬 변화를 불러온다고 한다. 마음을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마당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른다든지, 맥도날드를 먹는다든지, 운동에 집중한다든지 불행한 감정에서 멀어지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