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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팀 상시업무 4. 사업관리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by 청개구리씨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기획부서라고 하는 부서(또는 부서장)에서 하는 일상업무 중 4번째. 오늘은 "사업관리"라는 업무라고 해야 할까, 역할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브런치북의 여러 글에서 몇 차례 언급 드렸던 것처럼 중소기업, 특히 제조 쪽 분야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조금 규모가 있거나 연구소 조직이 그래도 나름 셋팅된 규모가 되면 항상 연구인력의 인건비와 운영효율에 대한 고민을 경영진들은 가지게 되는 거 같습니다.


재정이 넉넉하거나, 사업이 엄청 잘 되는 회사야 상관없는 얘기겠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 특히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의 경우 연구인력은 정말 중요한 인력이지만, 또한 일정 부분 계륵과 같은 인력이기도 합니다.


대기업들과 규모가 더 큰 중견기업들에서는 R&D는 차기 먹거리와 생존을 위해 미리 다양한 선투자를 꾸준히 선행하지만,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특히 제조분야 쪽 중소기업 입장에선 "최저가 관행의 시장"에서 아주 작은 이익을 남기는 형편에서 꾸준히 R&D 인력들에 대한 인건비를 부담하며 연구조직을 운영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현장에서는 나름 '스마트팩토리'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생산 라인 작업을 정리해 평소에는 정규직 라인인력 중심으로 소화하고 급하게 생산물량이 늘면 탄력적으로 소위 "알바 아줌마"인력을 투입해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술 개발 부분에서는 그렇게 알바로 대체할 수도 없고, 외주를 쓰더라도 외주 이후 받아서 운영 및 단순개량과 대응은 내부에서 할 수밖에 없기에 인력을 키핑 해야만 하다 보니 항상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중소기업, 특히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보니, 나이 든 아저씨라도 구해서 돌려야 하다 보니 더더욱 이런 인건비 고민이 큽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하는 다양한 정부과제나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런 정부과제나 지원사업이 사업관리가 녹녹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


제가 제조 쪽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지만, 예전에는 제조 쪽 분야의 과제나 지원사업에 문서작업이 요즘에 비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와서 참여해 보니 금액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요청하는 문서와 절차, 프로세스가 별반 차이 없이 엄청 꼼꼼하고 까다롭고 많습니다 ^^;


굳이 이금액 지원받으려고 이렇게까지 자료를 요구하고 챙기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뭐가 많습니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거나, 급하지 않다면 안 하고 안 받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ㅎㅎ


그러다 보니,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연구소 기술인력인 분들이 소화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각종 문서와 보고서, 전체를 아우르는 흐름의 일관성을 가지고 회의록이 작성되어야 하고 과제나 지원사업등에서 요청하는 과정관리들이 많은데, 메카 개발자(제품 외관과 내관을 설계하고 샘플개발 등을 진행하는 개발자)나 하드웨어 개발자(보드 설계하고 배치하고 실제 하드웨어 구동을 개발하는 개발자), SW개발자(기계의 모터나 센서등의 동작을 구현하는 개발자와 우리가 아닌 일반적인 사용자단 화면을 개발하는 개발자 등 완전히 다른 영역의 개발자들이 있습니다)들이 자기 일 하기도 바쁘고 허덕이는데, 이런 일련의 문서작업과 전체를 조망하며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과거 이런 유의 일들을 해본 적이 있는 개발자는 그나마 좀 나은데, 안 그런 나이 지긋한 개발자들은 아예 대응이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


그러다 보니... 제가 있는 회사뿐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다른 회사들의 경우도, 기획부서에서 전체적인 사업관리를 하며 일정을 챙기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과제 전반의 문서들과 중간/완료 보고서 등도 개발팀들에 자료를 받아 최종 정리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곤 합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이런 업무들이 갑자기 끼어 들어올 때, "멘탈 관리"가 기획부서 담당자들에게는 필수라 하겠습니다!


짜증 내고 "안 해!"라고 하더라도 대안이 없고, "못해"한다고 피할 수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저는 "이게 나름 내 작은 밥그릇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전체적인 과정관리를 배우고 하나씩 알아가며 해나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제 경우도, 제가 이걸 엄청 잘하거나 준비되서가 아니라 하다 보니 할 수 있게 되었고, 할 수 있다 보니 이런 쪽 "사업관리 역량"도 이 시장에선 제법 경쟁력이 되는 거 같습니다 ^^


저는 제가 꼭 하고 싶거나 하려고 해서 그런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여러 회사에서 정부과제 사업관리와 프로젝트 사업관리를 해보게 되었었는데, 특히 제조분야 중소기업 기획부서 분들께 "요것만 꼭 기억하고 해 보시면 괜찮을 듯" 싶은 것 몇 가지 공유드리면서 오늘은 마칠까 합니다 ^^


1) 정부과제, 정부지원사업 등의 필수 문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기억하세요!

- 즉, 비슷한 내용의 정부과제나 정부지원사업의 관리 문서의 제목은 각기 다를지 몰라도 내용이나 포맷은 비슷비슷하다는 점입니다.

- 분야별로만 그 분야에 해당하는 특별한 문서들은 있겠지만, 기본 관리 문서는 비슷합니다.

- 적절한 샘플들을 잘 확보하시거나, 이전에 사용했던 과제 문서를 과정별로 잘 정리해 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2) 정부과제와 지원사업 사업관리를 하게 될 때, 과정별 챙겨야 할 문서와 주요 내용에 대해 폴더 형태로 정리해 놓으면 기본 줄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해 놓는 게 좋을까는 정답은 없습니다.

- 본인에게 맞게 익숙한 방식으로 정리해 놓으면 됩니다.

- 사업관리 시 필수 문서들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3) "혼자!" "잘!"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잘 시키십시오!!!

- 제조분야 정부과제나 지원사업의 경우는 실무 쪽에서 작성해 줘야 할 게 많습니다. 그걸 받아서 잘 정리하려 하다 보니 일이 쌓이고 밀리게 되는 것이고 나중에는 쌓여 터지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 저는 포맷을 잘 만들고 전달하면서 "어디 어디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분량으로 채워라"라고 지시(또는 협조요청)를 잘하는 게 오히려 중요합니다.

- 말 안 듣는 실무 엔지니어들이 작성할 때 혼선이 없도록 정확한 틀을 제공해 주는 게 핵심입니다. "알아서 작성"을 가장 힘들어하는 게 오래된 옛날 개발자들의 공통점인 거 같아요 ^^


4) 정부과제와 지원사업에서 원하는 과제의 내용의 목표와 내용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 정부과제나 지원사업의 평가위원으로도 예전엔 몇 번 참여했었습니다. 자주 보게 되는 안타까운 케이스는 과제를 수주하고 열심히 개발하고 만들었고 그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발표하고 얘기를 하는데, 문제는 최초 사업을 수주할 때 이 과제를 낸 기관이 원하는 핵심과 과제 수주 발표때 했던 주요 내용과 큰 틀에선 비슷해 보일지라도 줄기가 변경된 경우였습니다.

- 정부과제나 지원사업이란 건 목표가 나름 있는 거거든요. 자유주제인 과제일지라도 그 과제를 통해 기업에게 원하는 과제 책임기관의 방향성이란 게 있습니다.

- 특히 사장을 포함해 엔지니어들이 대다수인 기업들에서 종종 보이는데, 더 나은 방향이 생각나 과제 발표 시 얘기했던 내용과 살짝 어긋난 경우들을 자신 있게 발표하시는데, 그런 과제는 "보완"이거나 "실패"로 판정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음... 너무 실무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거 같아 "워워~~~"하고 정신을 차려 봅니다 ^^;;;


제조분야 중소기업 또는 일반 중소기업에서 기획부서를 하거나, 그쪽으로 일해 보기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사업관리" 역량을 자주 요구받는데, 반대로 이런 역량과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신 기획부서 분들은 그만큼 시장에 기회가 많을 수 있음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실무 내용은 사실 별것 없습니다만, 저 별것 없는 내용을 못 지키는 이들이 태반이긴 합니다 ^^;


중소기업은 주먹구구 아니냐라고 하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게 되면 이런 기획부서의 역할이 필요하게 되고, 기획인력의 역량에 따라 회사는 훨씬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얻거나 활용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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