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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는 직원 1. 해맑은 막내 엔지니어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by 청개구리씨

기획팀 상시업무로 4번에 걸쳐 몇 가지 얘기들을 해본 거 같습니다. 뭐 이런 일들 말고도 소소한 일들이야 많지만, 정말 일상에서 맨날 하는 주요한 업무로는 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나 싶어서 요 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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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몇 회에 걸쳐서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업계에서 만나고 함께 일하는 이들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함께 차 한잔하고 밥 한 끼 하면서 느꼈던 느낌도 양념을 좀 쳐서 함께 해 보겠습니다 ^^





오늘은 그 첫 번째로 "해맑은 막내 엔지니어"를 소개하겠습니다 ^^


회사에 처음 와서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할 때였습니다.

제조분야 중소기업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저희 회사와 같은 회사들은 50대가 가장 많습니다.

평균연령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그중 아주 앳된 엔지니어 직원이 한 명 있어서 신기하고 반가왔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높은 평균연령을 몇 년은 낮춰 준 아주 일등공신인 거 같아서 반갑게 인사하고 보니 친하게 지냈었습니다.

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다녀오고 한 1년 반 정도 다른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우리 회사가 두 번째 직장인 친구였었습니다.


50대 아재들이야 담배도 많이 피고 술도 많이 먹고 하지만, 확실히 MZ라 술도 그닥 즐겨하지 않고(친해지고 들으니 친구들하고는 가끔 즐겁게 마신다고 하더군요) 아저씨들과 먹으면 잔소리에 쓸데없는 옛날 자랑들이 너무 많아서 듣기 싫어서 안 먹는다고 하더군요 ^^;;;


저도 제가 다니고 있는 현 회사에서 나이로는 5번째 정도 되니 꽤 나이 든 편이지만, 나이 든 아저씨들이 술 꽐라 돼서 먹으며 옛날 직장 얘기하고 잘 나가던 예전 얘기 하는 거, 저도 별로예요.

옛날에도 별로였지만, 나이 들수록 더 별로인 거 같아요... 들어는 주고 앉아는 있어 주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정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참아내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얼마나 더 한심하고 답답할까요 ^^;


그렇게 얼마 지나고 어느 날, 이 친구가 제게 오더니 이번 달에 그만둔다고 하는 거예요.

"왜? 어디 다른 직장으로 옮기니?"라고 했더니, "아니요,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서요... 잠시 쉬면서 모아둔 돈으로 공부를 좀 하려 해요. 제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 있는 대학에 가 보려고요"라고 하더군요.


"오!~ 장하네... 미리 생각하고 있던 거니?"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준비하고 진행하려면 돈이 좀 있어야 할 텐데, 괜찮겠니?"라고 물었더니, "회사에 입사할 때 가입한 '청년내일 채움공제"가 이번 달이 만기예요. 그것과 저축, 퇴직금으로 공부하고 입학금과 1학년까지는 생활비 될 거 같습니다"라고 씩씩하게 얘기하더군요.


저는 그래도 이제 4년 차인데, 그냥 저렇게 나가는 게 아쉬워서 "네가 원하는 전공으로 '재직자 특별전형' 같은데로 대학 들어가고 회사 다니면서 해보는 건 어떻니?"라고 권유를 해 봤는데, 그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전공으로 들어갈 대학이 없는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겠지만 다른 이유로는 "배우고 성장할게 안 보인다"라는 게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하더군요.


"제대로 배우고 도움을 얻을만한 선배나 상사가 없고, 전문대 출신으로 회사에서 성장하는 게 한계가 보여서 아예 하고 싶은 전공을 다시 공부하면서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ㅠㅠ;;;


제 쪽 분야였다면 제 밑으로 옮겨서라도 좀 챙겨주고 싶지만, 역할이 아예 다른 부분도 있었고 중소기업, 특히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제대로 배우고 성장할만한 환경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해 줄 수 없는 답답함의 벽이 있음을 절감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그 젊은 막내 사원은 2년 딱 채우고 "청년내일 채움공제" 받아서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이 떠나간 친구의 자리는 제 큰 아이보다 1살 위의 더 어린 젊은 직원으로 채워졌습니다.

저희 아들이 사회 생활하면 딱 이럴 것 같아 보이는 어리숙한 모습에 차도 자주 사주고 밥도 함께 먹고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 살갑게 지내서인지 제게는 삼촌에게 인사하듯이 인사도 잘해주고 편하게 대화도 나누며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부서가 다르고 사무실 공간이 다르니 자주 대화를 나누진 못하지만, 하루에 몇 번은 스쳐 지나가며 인사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어도 그 나이대의 밝고 천진한 얼굴이었던 요 해맑은 막내 사원의 얼굴이 요즘 갈수록 우수에 젖어가는 거 같습니다 ^^;;;

여러 철딱서니 없는 50대 아저씨들의 주책과 불만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중소기업의 좀 팍팍한 살림살이에 비해 언론에서 나오는 대기업들의 빵빵한 급여소식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친구들의 돈 잘 번다는 소리에 조금씩 생각이 많아지는 게 옆에서도 보입니다.


이 젊은 친구도 물론 "청년내일 채움공제"를 가입했습니다.

내년 초반이면 이 친구가 가입한 "청년내일 채움공제"도 만기가 다가옵니다.

"청년내일 채움공제"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닐 텐데, 마치 2년짜리 채용 미끼 상품 같습니다.

"2년짜리 목줄", 젊은 개인들 뿐 아니라 회사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듣게 됩니다.

2년 청년적금.jpg < ChatGPT 가 예전보다 잘 그리긴 하는데... 아직은 약간 표현이 아쉬워요 ㅋㅋ >


아... 뭔가 개선방안이 없을까?

중소기업도 이런 젊은 직원들도 좀 더 오래 근무하면서도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가고 그 기술을 기업에서 활용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을까?


제조 기술분야는 제가 뭔가 조언을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대안이 딱 보이지 않고... 안타까움만 쌓여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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