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2 월, 마지막날 )
2주간의 동아프리카 비전 트립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를 왜 아프리카 땅에 보내셨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로 하여금 선교사님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게 하시는 크신 은혜를 경험했다. 선교사님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도 큰 도전과 감동이었다. 또한 선교에 대한 막연한 기도가 더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프리카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든다. 귀국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분주해진다. 한국 팀보다 먼저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이 식당으로 내려갔다. 일행들도 우리 시간에 맞춰 함께 식사를 했다. 함께 보낸 시간들이 마치 꿈을 꾼 듯 지나간 것 같다. 일행은 한국에 가서 해단식을 한다고 한다. 해단식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는데 우리는 해단식에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은 같이 할 거라고 얘기했다. 이번 선교여정을 통해 선교사님들과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것에 마음을 모았다.
그동안 몸이 힘들어 탈이 난 일행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아 감사하다. 침대에서 떨어져서 불편해하던 최성희 팀원도 많이 좋아졌고 김주경 사모도 오늘은 조식을 맛있게 든다. 일행의 건강을 도운 공석수 선교사님, 짬짬이 우리에게 들려주던 침뜸이 여정 내내 효과를 발휘했다. 공 선교사님의 바람처럼 침뜸은 선교 현장에서 꼭 필요한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케냐 나이로비를 거쳐서 르완다로 향하고, 한국으로 가는 일행은 도하를 경유해서 간다. 우리가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며 배웅해 준 팀원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가슴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 선교사님들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로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그 덕분에 조금 힘들고 조금 어려워도 매 순간 하나의 푯대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탄자니아 공항에서 9시 55분 나이로비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평일이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의 평안함을 느꼈다. 일행들보다 먼저 아프리카에 와서 경험한 2년이란 시간이 이번 비전트립을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프리카 어디를 가나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 공항처럼 너무 화려하지 않고 시골스러움이 더 정겹지 않은가. 아프리카가 그렇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탄자니아는 작고 낮은 지붕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 저기 어디쯤 우리가 디딘 발걸음들이 남아있다. 더없이 선하고 맑은 아이들의 눈동자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가는 예수님의 거룩한 발처럼 선교사님들의 수고와 헌신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내가 어떡해 믿음의 일행들과 함께 여기까지 와서 선교사님들의 사역지를 돌아보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은혜였다.
더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는 걸까. 갑자기 몰려오는 이 그리운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엄마" 하고 불렀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밀려오는 아픔에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엄마가 가신 지 벌써 석달이 되어간다. 딸 결혼식을 앞두고 갑작스레 당한 슬픔에 젖어 있었을 때, 정신없이 나를 선교 현장으로 몰고 간 그 깊은 뜻을 알 것 같았다. 그간 바쁘게 움직이느라 잠시 잊었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국에 가신 김영자 권사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슬픔을 위로해 주신 박민부 목사님, 동아프리카 비전트립을 제의해 주셔서 고인에게 큰 기쁨이 되게 하셨다.
"너는 아무 염려 말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