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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에스살렘으로 가는 길

( 9/20 토 )

by 시인의 숲
해변의 아침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해변으로 나갔다. 어젯밤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서 거리 곳곳에 물웅덩이들이 보였다. 바다에는 페리오와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졌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우리는 둥그렇게 모여 이상현 팀원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했다.


식당에서의 조식


호텔 4층 식당으로 올라가 아침을 먹었다. 몇 분은 누룽지를 끓여 드시는 게 속이 편하다며 객실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까마귀가 어제도 오고 오늘도 주변을 맴돌았다. 계란을 뜯어주었더니 잘 먹는다. 빨리 달라는 듯 깍 깍 하며 때로는 길게 소리를 내기도 한다. 까마귀를 쫓으려고 새총을 겨냥하는 종업원에게, 괜찮으니까 조금만 더 있다가 하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팔을 들어 올려 먹이를 다 먹은 새들을 날려 보냈다.^^


식당에서 내려다본 해변


식당에서 내려다본 잔지바르 해변은 밤새 접혔던 풍경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바다와 낮은 양철지붕과 좁은 골목길 그리고 주황색 파라솔 아래에 앉아 등을 구푸린 사람들과 그들 밑에서 자연스럽게 합류한 고양이들이 있다. 사람을 겁내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마치, 터키 이스탄불에서 보았던 그 풍경 같다. 풍족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배려심이 아닐까 싶다.^^


오늘 QT는 식당에서 빌립보서 4장 1절 ~ 9절을 읽고 돌아가며 은혜를 나눴다.



우리가 탄 페리호


낮 12시 30분 페리호에 승선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이라도 먹을까, 차라도 마실까 하던 나의 낭만적인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저 의자만 빼곡히 놓여있다. 물론 조금 더 가격이 있는 옆 칸에는 간단한 먹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목적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한다고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니 배 머리 쪽 바깥에도 사람들이 앉아있다. 좌석벨트도 없는데 무섭지도 않은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그저 늘 하던 것인 듯 편안한 표정이다.


미리 나눠준 멀미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넣어뒀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지만 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점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그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페리호의 빠른 속도와 인도양의 높은 파도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르완다 기세니 호수에서 배를 탔던 그 기억을 가지고 바다도 그러려니 생각했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를...


멀미가 시작되다

배가 출발한 지 얼마쯤 되었을까. 빠른 유속 때문에 바닷물의 파편이 배 유리창을 거세게 때렸다. 폭풍우라도 몰려오는가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남편 얼굴이 하얀 백지장 같다. 나보다 더 심하게 멀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통로 중앙에 서 있는 남자 승무원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그 봉지를 가져간다. 나도 봉지를 미리 가져올까 하다가 울렁울렁해지는 속을 일단 꾹 꾹 눌렀다.


그러다가 나는 한 가지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이것은 마치 위내시경 할 때 호흡법과도 같다. 배가 파도를 타며 출렁이듯이 몸도 그 방향을 따라 위, 아래로 함께 출렁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까 멀미가 한 결 수월해지고 몸이 좀 편한 것 같았다. 멈출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그러면 나는 멀미를 충분히 즐겨야 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스스로 몸을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래 조금만 참아줘...^^


일행들도 탈이 났다. 멀미약을 미리 복용했다는데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점심 식사를 안 하고 탑승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배고픈 줄도 몰랐다. 우리가 페리호에서 내렸을 때에는 다들 얼굴이 허옇게 떠 있었다.


열 개가 넘는 캐리어를 한 곳에 싣고 우리를 픽업해 주기로 약속한 차량을 만나기 위해 도로로 올라왔다. 우리를 보고 운전자들이 와르르 몰려들었다. 김성숙 선교사님이 일러준 대로 정말 말도 못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어느 아프리카에서도 이보다 더한 것은 보지 못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손님을 먼저 확보하려고 일단, 캐리어부터 뺏다시피 해서 차에 싣는다는데 정말 그 말이 실감 났다.




만리장성에서의 만찬


저녁에 다르에스살렘에서 사역하는 여러분의 선교사님들을 만났다. 선교사님 열두 분과 우리 일행 여덟 명을 합하면 스무 명이라는 대식구가 함께 모인 셈이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태권도 사범인 최규연 선교사는 국기원에서 파송된 전문인 선교사다. 태권도 강의를 맡으려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석사를 받고 이곳에 교수로 다시 오셨다. 의료센터장인 김익근 선교사는 선교훈련을 받던 때를 회상했다. 그때 암기가 너무 안되었는데 테스트할 때는 통째로 훅 하고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었노라고... 그는 UAUT 대학교에서 전자회로를 강의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무힘빌리병원도 나간다. 앞으로 한국의 의료 단기선교팀과 합해서 현지 아이들과 이곳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돕고 싶다고 한다.


CTS 교육미디어 선교사업을 하고 싶다는 김백수 선교사는 각자 주어진 역할이 다를 뿐이지 다들 존중받는 일이라며 축복의 통로가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현지 아이들이 한국 유학을 통해 언어와 문화 등을 접할 수 있는 모델 선교지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다 적을 수는 없었지만 함께 모인 선교사님들은 한마음처럼 서로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깊게 느껴졌다.




축복을 기도해요


회전식으로 돌아가는 음식들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회전판을 잡아주고 기다려주며 맛있는 식사를 했다.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중국 식당은 선교사님들이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란다. 음식값도 비싼 편이라니까 어쩌면 그들의 로망 하나가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주문한 음식량이 많아서 실컷 먹고도 남았다. 마치 친정에 왔다가 다녀가듯 남은 음식을 싸드렸다. 선교사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기를 바라며 서로서로 축복을 빌어주었다. 잠깐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안아주고 격려해 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어둠 속에 멀어져 가면서도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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