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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에서 식사하면 후원도 할 수 있어요~!

( 9 / 18 목 )

by 시인의 숲

집밥이요!! 잔지바르에 한식당이 있나요??


한식당 <집밥>


식당 이름이 참 정겹다. <집밥>이라는 말만 들어도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행복감이 든다. 더군다나 이렇게 먼 아프리카에서는 더욱^^


<집밥>은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있는 한식당이다. 잔지바르 중심도시인 스톤타운에 있다. 식당 문을 연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맛을 알고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제법 되는 숨은 맛집이다. 이곳에 온 지 18년이 된 윤상범, 오경신 선교사가 집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이들이 집밥 수익금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호프 스쿨을 방문했다.



호프스쿨


간식시간, 운동장에서


오경신 선교사의 안내로 호프스쿨을 방문했다. 파파야 나무가 줄지어 선 정겨운 시골마을을 지났다. 살짝 검은 구름이 끼긴 했지만 다행히 방문하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우리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간식시간이란다. 학교에서는 간식으로 우지(선식을 끓인 것)를 지급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판매하는 빵을 사 먹기도 한다. 세 명의 학부모가 빈 간식 통 앞에 앉아있다.




학교를 돌아보며


호프 스쿨은!

호프 스쿨은 유치원 2반, 초등학교 3반 모두 합쳐 125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교를 세운 지는 10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무상 유치원으로 운영하다가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3년 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부터는 사립학교라 등록금을 받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현지인인 아나 교장에게 학교를 인계했다. 우리가 소개받은 아나 교장선생님은 인상이 무척 후덕하고 따뜻하신 분 같다.


아나교장, 오경신 선교사와 함께
잘 꾸며진 초등학교 교실, 하나뿐인 미끄럼틀에서 유치원 아이들이 줄을 서 있다


학교를 돌아보니 우선 유치원 교실 증축이 급한 것 같았다. 지금 세 개의 교실을 줄여서 두 개의 반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75명의 아이들이 서로 학업을 받아들이는 차이가 심해서 수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유치원 재건축과 내년부터 4학년 아이들에게 컴퓨터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이 호프 스쿨의 소망이다.


아이들 중에는 머리에 히잡을 쓴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모슬렘이라도 강성 쪽이 아니면 히잡을 쓰지 않고 학교 교복을 입기도 한다는 것. 그들 나름대로의 자유가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 종교 시간에는 코란과 아랍어도 가르친다. 그러나 호프 스쿨의 선생님들 대부분은 기독교이며 금요일마다 모여서 기도하고 모임을 갖는다. 기독교인인 학생 수는 소수이지만 종교 시간에는 성경공부를 가르친다.


히잡을 쓴 모습, 나와 아이들
이상현팀원과 수업중인 아이, 하트무늬 교실벽 앞에서


간식시간에 만난 아이들의 첫 인상은 무척 밝았다. 사진 속, 사랑의 하트 앞에서 활짝 웃고 있거나 수줍어서 뒤로 살짝 몸을 뺀 아이를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있던 한 남학생은 칠판에 써 놓은 단어를 공책에 적고 있었고, 또 다른 교실에서는 벽에 붙여 놓은 인체 그림 앞에서 남편 아이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흥미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어울리던지, 남편은 역시 가르치는데 남다른 은사가 있는 것 같다. ^^


선물을 나눠주며


학용품을 받아 들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질서를 보았다. 우리가 머문 짧은 시간 속에서도 오랫동안 익숙한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과 태도도 볼 수 있었다. 왜? 많은 학부모들이 호프 스쿨에 입학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가를 나름 느낄 수 있었다.


오마리와 함께


선교사님이 한 젊은이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그는 호프 스쿨에서 일하는 소사다. 20대 중반, 오마리라고 하는 이 청년은 오리지널 잔지바르 사람인데 15년 만에 개신교를 믿게 되었다. 특히 모슬렘이 많은 잔디바르에서 오마리 같은 청년은 흔치 않은 것이라며, 선교사님이 복음을 전해서 맺은 첫 결실이라고 한다. 이제 곧 무교인 여자와 결혼할 거란다. 축하해요 오마리~!!!




점심은 <집밥>에서


조용한 주택가 초입에 들어서면 한식당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식당이 있고 나머지는 선교사님 가족이 거주하는 2층과 또 숙소로 쓰이는 3층 공간이 있다. 우리는 이곳에 숙박 시설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랬으면 이곳으로 정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얘기했다. 내부는 한국의 맛과 멋을 잘 살려서 꾸몄다. 숙소로 사용되는 3층에 올라가 봤는데 각각의 방이 참 넓고 환했다. 우리가 QT 하기에 참 좋은 공간이다. 큰 방은 여러 명의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2층 침대도 준비되어 있다.


메뉴판을 넘기다 보면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호프 스쿨 학생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1층 식당과 3층숙소


해물찌개, 생선튀김, 갓김치와 열무김치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싱싱한 게와 오징어를 넣은 국물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쌓였던 피로가 확 달아나는 것 같았다. 큼직큼직하게 튀겨놓은 생선도 실컷 먹었다. 맛깔스러운 김치는 판매를 하기도 한다. 집밥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김치를 사러 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치를 2주에 한 번씩 40킬로를 담근단다. 그 많은 일을 하면서도 식당 일이 너무 즐겁다는 오경신 선교사, 그녀는 확실히 사랑이 많은 하나님의 일꾼이다.




우리도 아름다운 배경이에요


저녁에는 바닷가의 일몰을 보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좁은 길을 내려와 가까운 해변으로 갔다. 외국인이며 현지인이며 모두 이곳으로 몰여 나온 듯 진짜 사람들이 많다.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보다도 이국적이고 더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관광지의 밤은 너무 많은 유혹이 따른다. 사람들이 더 들뜨고 기분이 업되는 것. 그런 요소들이 구석구석 많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가방을 더 조심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길거리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고양이들이 제법 몰려든다. 나는 고양이만 보면 기분이 업된다.


잔디바르 골목은 비슷비슷하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저자가 잔지바르에서 길을 잃었다고 하더니, 우리도 그랬다. 분명 짧은 거리였고 어려움이 있을 거란 예상조차 못했었다.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들이 너무 숨 죽여 있는 것 같다. 골목길은 갑자기 적막했고 인적이 드물었고 어둠은 너무 무거웠으니까... 물론 빙 돌아서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혼자였으면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선상 같은 레스토랑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나서 바닷가가 내려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어둠이 짙어가는 거리에서 우리는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해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우습지만 우리는 너무 복잡한 곳보다 안전을 택한 것이다. 이곳은 정말 거의 대부분의 손님이 외국인이다.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다. 식사를 하며 바라보는 바닷가에는 정물처럼 작은 배들이 박혀있다. 알전구들이 켜있는 선상같은 레스토랑에서 우리도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이 된다. 어디서 이만한 작품을 건질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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