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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Sep 12.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39화

Welcome to my house~!

식사 후 후식 타임



9월 첫째 주 금요일 오후 4시,

집에 가장 많은 인원의 손님이 방문했다.

남편이 일하고 있는 직장 NIRDA(국가 산업연구개발청) 동료들이다.


가장 왼쪽 초록색 옷을 입은 크리스토퍼는 자문관인 남편과 함께 가장 가까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지만 직장에서는 중책을 맡은 상사다. 1994년 민족 대학살 사건 이후, 르완다의 경제 주축이 30대, 40대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주류 세대다. 그의 집안 행사에도 다녀온 바가 있고 그의 아내도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친근한 감이 있다. 그 옆의 아나클레트도 안면이 있는데 다른 세 분은 초면이다. 며칠 전 남편에게 얌을 포장해서 보내준 흰옷을 입은 여직원, 오뎃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Thank you for your kindness!!! 서툰 영어지만 이렇게 써먹는다. 나도 언젠가는 오고 가는 말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겠지...


갑작스럽게 초대 날짜를 잡았는데도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간을 냈다. 그들은 외국인인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많이 궁금해했다. 남편에게서  그 얘기를 듣고 내가 먼저 초대를 권했다. 마침 배추김치와 물김치를 막 해 놓은 터였다. 이곳에서는 양념도 별로 없어서 대충 버무려먹었는데 이번에는 사과도 갈아 넣고 조금 더 신경을 썼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이왕 초대할 거면 지금이 좋은 기회다 싶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한국다운 것이 김치 아닌가.


그러나 막상 초대를 결정하고 나니 역시 신경이 꽤 쓰였다. 며칠 전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남편이 일러주는 대로 일단 밥도 하고 쇠고기와 야채를 섞은 소스도 만들었다. 호박과 가지나물 반찬도 준비했다. 당뇨 있는 사람도 있다기에 가급적 싱겁게 하고 감자도  쪄 놓았다. 르완다 감자는 살이 쫀득쫀득하니 맛이 있다. 남편은 한인 식당에 프라이드치킨 두 마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바나나. 파인애플, 음료수, 케이크를 디저트로 준비했다.



젓가락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비코리마나
젓가락질에 성공한 클레멘틴(위), 아나클레트(아래)


여섯 개로 짝지어진 그릇이 총출동되었다. 목이 긴 유리컵도 처음 사용한다. 식탁 테이블에 음식을 늘여놓고 한국 김치에 대해 소개했다. not spicy! 맵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물 반찬에도 설명을 더했는데 호박나물과는 달리 검은색의 가지는 선뜻 담지를 않는다. 아무래도 짙은 간장이 들어가서 낯설었나 보다. 김치를 집으며 I will try! 하는 아나클레트. 나는 그를 아나라고 부른다. 이름의 뒷부분이 영 입력이 안된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유일한 솔로다. 우리는 그의 연애와 결혼을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아나클레트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젊은 청년의 바람대로 꿈이 이루어지기를...


진짜로 김치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 사진 속에서 젓가락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사람, 그의 이름은. 비코리마나다. 그는 서글서글한 눈매에 성격이 좋아 보였다. 한국에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김치와 젓가락질에 익숙했다. 그가 동료들에게 젓가락질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다들 손에 젓가락을 들고 손가락을 움직여 보는데 생각처럼 안 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눈여겨보고 배우는 클레멘틴과 아나. 드디어 성공했다~.^^



정원에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하트 모양을 만들어 주자 저렇게 즐겁게들 웃으며 뽕~~ 뽕~~ 하트를 날린다. 사진사의 말을 어쩌면 저렇게들 잘 들어줄까!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남편 직장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웠다. 남편이 이런 분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서 대문 앞에서 또 한 컷을 찍었다.


비가 살살 내렸다. 그래도 이들은 웃는다. 이 정도의 비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르완다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

no problem!  

어쩌면 그들에게 내재된 느긋함과 자연스러운 웃음이 여기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비는 금세 그쳤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 준 하트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오래도록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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